‘선벨트’ 경합주서 해리스가 트럼프에 밀리는 이유 [세모금]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말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 기지에 도착했다. [AFP]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 남부지역 ‘선벨트(Sun Belt)’ 경합주 3곳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밀리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TV토론에서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공약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설득력이 부족했던 것이 요인으로 꼽힌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가 시에나대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경합주 7곳 중 3곳인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보다 적게는 2%포인트에서 많게는 5%포인트 우세를 보이고 있다.

애리조나에서는 50% 대 45%로 트럼프가 해리스를 5%포인트 앞질렀고, 조지아에서는 49% 대 45%로 4%포인트 앞섰고,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2%포인트 앞섰다. 지난달 조사에서 3개 주 모두 해리스가 우세했지만 한 달 만에 뒤집힌 것이다.

남부 지역에 위치한 선벨트 지역은 미국 인구 40%가 사는 주요 지역 중 하나로 첨단 기술산업 단지가 모여있다. 선벨트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세가 우세하나, 뉴욕, 캘리포니아 등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 주민들이 유입되면서 경합주가 됐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경합주 유권자들은 트럼프 공약에 공감하는 경향을 보였다. 유권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호감도가 높지 않았지만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구호를 상당히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권자 약 33%는 트럼프의 인격과 행동에 우려를 표명했고, 9%는 윤리의식을 우려했다. 반면 해리스의 판단력을 우려한 유권자는 절반 수준인 16%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설문조사 응답자 절반은 트럼프 발언과 유사하게 “미국이 외국에 밀려서 일자리를 잃었다”고 답했다. “미국이 해외 문제보다는 국내 문제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도 과반수 이상이었다고 NYT는 전했다.

유권자들은 인플레이션을 주요 이슈로 꼽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응답자 55%는 “트럼프가 해리스 부통령에 비해 인플레이션을 더 잘 관리할 것”이라고 답했고, 반대로 해리스가 더 잘할 것이라 생각하는 유권자는 42%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NYT는 해리스 부통령이 적어도 선벨트 지역에서는 자신의 대선 공약을 설득하는데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45%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이 도움됐다고 말한 반면 해리스 정책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말한 유권자는 37%였다. 조경사로 일하는 에릭 케르 애리조나주 주민은 “트럼프는 자신이 하겠다고 말한 대로 했다”며 “국경을 넘어온 이민자들이 일을 건성으로 해 조경사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전당대회와 TV토론 이후 수 백만 달러의 선거 자금을 모으는 등 돌풍을 일으켰지만 인기가 경합주 지지로 이어지진 못했다고 NYT는 평가했다. 특히 경합주에서는 전통 민주당 지지자인 여성과 청년도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해리스가 나은지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유권자 15%가 아직 자신의 의견을 정하지 못해 지지율이 언제든 뒤바뀔 여지도 있다. NYT는 “유권자들이 아직 후보를 정하지 않았고, 정하더라도 마음을 바꿀 여지를 남겼다”고 전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