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비의료인 대상 ‘카데바(시신) 워크숍’이 사회적 문제가 됐습니다. 기증 받은 시신이 누군가에 의해 영리 목적으로 활용됐다는 의혹은 지탄을 받았습니다. 지난 7월 보건복지부는 최근 3년간 국내에서 의료 교육 목적으로 활용된 카데바는 전체 4657구 중 1610구(34.6%)라고 밝혔습니다. 나머지 3047구의 카데바는 어디로 갔을까요. 헤럴드경제 취재팀은 이 사라진 카데바를 추적했습니다. 그 끝은 ‘윤리와 영리’로 이어졌습니다.
시신 기증은 한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사회 공헌입니다. 이런 선의가 누군가의 이익으로 귀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고민도 있었습니다. 카데바 기획 기사가 시신 기증을 꺼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카데바는 더 투명하게 관리·감독 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내 시신이 어떻게 활용되는지가 투명하게 관리된다면 더 많은 시신 기증 사례가 나올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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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지영·이용경 기자] 국내에 의료 교육·연구용 시신 ‘카데바’는 부족한가. 당장 내년 의대 정원이 증원된다는 정책이 결정된 때부터 카데바가 부족하다는 문제 제기는 줄곧 있었다. 일각에선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고, 다른 측에선 ‘충분하다’고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카데바의 국내 총량은 부족하지 않으나, 일부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주로 종교계열 대학 또는 대형병원을 가지고 있는 의과대학에서 카데바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의과대학은 시신 1구를 기증받으면 기증자에 대한 예우 및 시신보관료 등 평균 약 200만원을 지출한다. 현재로서는 기증자 관리 및 카데바 사용 과정, 사후 관리에 드는 일체의 비용과 관리까지 대학이 부담하고 있다.
카데바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감독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기증자가 많아질수록 대학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더 커지는 구조인 것이다. 종합하면 투명하지 않은 카데바 관리 구조와, 시신 처리·운구 비용 등을 의과대학·대학병원에 떠넘겨온 관행이 돈을 받고 카데바 워크숍을 연 배경으로 지목된다.
교육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전국 38개 의과대학의 ‘카데바 확보 현황’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대학별 카데바 보유 구수는 가톨릭대학교 453구, 전남대 117구, 고려대 97구, 충남대 74구, 원광대 70구 등인 것으로 집계됐다. 카데바 보유 구수 하위 5개교는 인제대 17구, 인하대 16구, 조선대 16구, 가톨릭관동대 15구, 을지대 11구, 차의전원 7구 등이었다. 카데바 보유 규모가 가톨릭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알려진 연세대와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카데바 시신 보유 현황 공개를 거부했다.
카데바 보유 구수가 가장 많은 가톨릭대와 가장 적은 차의전원의 카데바 보유 구수 차이는 60배가 넘는다. 이 같은 ‘카데바 쏠림’ 현상은 대학별 의대 교육의 수준과도 연관성이 깊다. 2023학년도 카데바 1구당 실습인원은 카데바 보유 구수가 가장 많은 가톨릭대가 5.7명당 1구로 최상위권에 속했으며, 반대로 카데바 보유 수가 가장 적었던 차의전원은 카데바 1구당 20명이 실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의대생들의 카데바 1구당 실습 적정 인원 규모는 6명 안팎인데, 카데바 1구당 10명이 넘게 교육을 받는 학교는 38개 대학 중 6개교(가톨릭관동대·경북대·경상국립대·경희대·동아대·차의과대)에 달했다.
대학별 카데바 보유 구수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종교를 설립기반으로 한 대학들 또는 대형병원을 가진 의과대학이 시신 기증을 가장 많이 받아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카데바 보유 구수가 가장 많은 곳은 천주교를 설립 기반으로 한 가톨릭대이고 연세대 역시 연희전문학교를 모체로 기독교 산하 미션스쿨이 첫 시작이다. 전남대와 고려대 등은 설립 연혁이 오래됐으며 대형병원을 가진 대학들이다.
문제는 이처럼 대학별로 카데바 보유 구수의 차이가 크다보니 시신 기증을 많이 받은 대학인 경우 카데바가 남게 된다는 점이다. 보통 한 개의 의과대학에서 연간 해부학 실습에 사용되는 카데바는 12구 남짓. 일부 대학에서 간호학과·물리치료학과 등 보건의료계열 학생들 또는 운동지도자 등을 대상으로 카데바 워크숍을 열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되는 셈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전국 63개 의과대학(치대·한의대 포함)을 대상으로 2022~2024년 해부 교육 관련 조사를 벌인 결과, 3년 간 총 해부 교육에 활용된 시신 4657구(교육 건수 1077건) 중 의대생 대상 교육에 활용된 카데바는 1610구(34.6%, 교육 건수 211건)에 그쳤다.
의대생 교육 외 목적으로 쓰인 카데바의 활용처는 ▷의사 대상 워크숍에 2113구(45.4%·교육건수 589건) ▷간호학·물리치료학 등 보건의료계열 전공자 수업에 867구(18.6%·교육건수 251건) ▷체육전공자·구급대원·검시관 등 교육에 67구(1.4%·교육건수 26건) 등이었다.
올해 상반기 ‘영리 목적’의 시신 활용이 사회적 문제가 된 것도 실상을 들여다보면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 시신을 기증 받는 경우 이에 따르는 부수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를 현재까지는 개별 의과대학이나 대학병원들에서 메워왔다. 비의료인 대상으로 진행된 카데바 워크숍이 문제가 됐을 때 ‘기증 받은 시신으로 어떻게 돈을 받고 워크숍을 여느냐’는 비판이 많았으나, 따지고 보면 시신을 교육·연구 목적으로 활용하는 과정에 필요한 비용은 누가 마련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빠져 있었던 셈이다.
헤럴드경제는 김예지 의원실을 통해 보건복지부로부터 10개 의과대학(연세대·성균관대 미제출)의 기증 시신 1구당 지출되는 내역을 단독 입수했다. 대학별로 적게는 145만원(전북대)부터 많게는 580만원(고려대)까지 천차만별이었다.
대학별로 기증자에 대한 처우는 다르지만, 통상 1구의 시신을 기증 받게 되면 대학은 기증자가 소천한 곳에서 의과대학으로, 연구가 끝난 이후 의과대학에서 화장터로 기증자를 옮기는 왕복 운구비와 기증받은 시신을 대학에 모셔 놓는 시신 관리비 등을 부담해야 한다. 이외에 대학별로 장례식장 이용료, 화장비 등이 추가된다.
▷등록비(서약서, 등록증 발급, 상담수당 등): 3만1880원
▷인수운구비(시신 인수시 운송차량 운임비용): 18만440원
▷혈액검사비(HIV, TB, Syphilis, HBs, HCV, Anti-HBs 등): 3만3643원
▷약품처리비(알콜, 글리세린, 페놀, 포르말린 등): 28만5795원
▷소모품비(수건, 비닐, 보호의, 인식표 등): 17만5560원
▷냉장보존비(시신 보존에 대한 안치료 등): 182만4000원
▷화장준비비(관, 수의, 관보, 소창, 유골함, 비닐, 시트 등): 45만5000원
▷화장운구비(시신 화장시 운송차량 운임비용 등): 15만원
▷시설관리비(시신 운용시설 기자재 및 비품 유지/보수비 등): 16만원
▷화장비(화장장 사용료 등): 26만3640원
▷인계 및 안장비(유골항아리, 묘역명패, 우편발송 등): 26만3695원
▷유골관리비(참사랑묘역 및 임시 봉안당 관리, 위령미사비용 등): 43만원
합계: 약 425만원
[자료: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 보건복지부 제공]
▷운영비(화장비, 운구비, 혈액검사비, 소모품비, 장비관리비, 우편비, 홍보비, 교육훈련비, 홈페이지 유지관리비, 기타 운영비 등): 160만원
▷기증시신 관련 인건비(직원 3명 인건비의 70% 반영): 210만원
▷장례식장 안치비용(1일 10만8000원)의 5% 반영): 약 210만원
합계: 약 580만원
[자료: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 보건복지부 제공]
자료에 따르면 시신 기증을 가장 많이 받는 가톨릭대의 경우 기증을 받는 단계에서부터 최종 화장에까지 소요되는 비용은 425만원 가량으로 확인됐다.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간 항목은 냉장보존비로 전체 비용의 40% 가량인 182만원 가량이었고, 이외에도 화장준비비에 45만원 포르말린 등 약품처리비에 28만원, 안장비용이 26만원 가량이 소요됐다.
1구당 가장 많은 보관료를 부담하는 고려대의 경우 화장비·운구비 등에 160만원, 인건비 210만원 등 1구당 580만원을 썼다. 가장 적은 보관료를 부담하는 전북대의 경우 운구비용 55만원, 관련 약품 및 재료비 등 약 50만원, 관·유골함 등 화장비용 약 40만원 등 총 145만원을 썼다.
하지만 현행법상 사립대학의 경우 시신을 카데바로 활용하는데 필요한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시신 기증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들어가는 일체의 비용은 오롯이 대학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장사를 하느냐’는 비판에 각 대학들도 할 말은 있는 셈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시신 기증을 많이 받는 대학일수록 적자가 누적된다. 이 때문에 카데바를 활용한 수익화 사업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전체를 100이라 본다면 (수익 사업은) 1%에 그친다”고 일반화를 경계했다.
수십억대 규모의 비용이 매년 지출되는 동시에 다른 한 편에선 카데바 워크숍 수요도 증가 추세다. 교과 과정에서 해부학을 배우는 간호학과, 물리치료학과, 응급구조학과 등 보건의료계열 학생 뿐 아니라 신체를 다루는 헬스트레이너·필라테스 강사·코치 등에서 워크숍에 대한 수요가 존재한다. 필러·보톡스 등 피부 미용을 시술하는 개원의들, 척추 수술이나 뇌수술 등 고난이도 수술을 집도하는 개원의·전공의·전문의들도 카데바를 필요로 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이 맞아 떨어지는 상황, 대학들이 카데바 워크숍을 여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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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단독]카데바 워크숍 연 대학들 “실비 수준”…정부 비용 분담 필요성 제기
⑤[단독]의대생 교육에 쓰인 카데바는 매년 30%대
⑥“카데바 워크숍? 의대생 교육용만으로도 부족한 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