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경찰서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금거래소 주인. [중랑경찰서 제공] |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딸을 납치했다며, 살리고 싶다면 골드바를 내놓으라고 협박한 중국인 보이스피싱범이 금거래소 주인의 기지로 체포됐다.
24일 서울 중랑경찰서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를 받는 A씨(28·중국 국적)를 지난 15일 서울북부지검에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공범과 함께 지난 13일 50대 여성 B씨에게 전화를 걸어 피해자 자녀 목소리를 흉내 내며 “딸을 납치했다”고 협박했다. 이어 자녀를 풀어주는 대신 골드바 등 금품을 요구했다.
B씨는 전화를 받고 당일 저녁 골드바를 구매하기 위해 서울 중랑구의 한 금거래소를 방문했다. 누군가와 통화하며 허둥대는 피해자의 모습에 주인 C씨는 보이스피싱을 직감했다. C씨는 보이스피싱범과 통화하고 있던 B씨에게 필담으로 ‘도와주겠다’고 쓰고, 비상벨을 눌러 경찰에 신고했다. C씨는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보이스피싱범이 들을 수 있도록 일부러 큰 소리로 “포장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곤 빈 골드바 상자를 피해자 B씨에게 건넸다.
금거래소를 나온 B씨는 현금 420만원과 빈 골드바 상자 3개가 든 가방을 들고 잠복 경찰들과 함께 접선 장소로 갔다. 현장에 나온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A씨는 가방을 건네지 않는 B씨를 의심, 달아나다 쫒아온 경찰들에게 곧바로 붙잡혔다.
A씨와 공범들은 경찰 조사 중 또 다른 2명의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자녀에게 마약을 강제로 먹였고 살리고 싶으면 돈을 가져오라”고 속인 뒤 현금 1600만 원을 받은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중랑경찰서 관계자는 “범인들의 공범과 여죄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범인 검거에 큰 역할을 한 금은방 주인 C씨에게 전날인 23일 감사장과 포상금을 지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