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2일 오전 8시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 A(77)씨가 몰던 벤츠 GLC 차량이 주차장에 있는 차량 12대를 잇달아 들이받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주차 관리를 위해 입주민의 벤츠 차량을 대신 이동시키다 12충 추돌 사고를 낸 경비원이 형사 입건을 피했다. 적용할 수 있는 형법 조항이 없어 민사로 해결해야 한다는 경찰의 판단 때문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경비원 안모(77)씨의 추돌 사고에 대해 도로교통법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지난달 입건 전 조사 종결 처리했다고 24일 밝혔다.
여의도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안씨는 지난 4월 22일 오전 8시 이중 주차된 입주민의 벤츠GLC 차량을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 안씨는 주민들의 차량 열쇠를 보관하다 요청이 오면 차를 대신 빼주는 '대리 주차' 중이었다. 안씨는 벤츠 차량을 후진하다가 7대, 이후 앞으로 돌진해 5대를 더 들이받았다.
경찰은 안씨를 불입건한 이유에 대해 "아파트 단지 주차장은 불특정 다수가 다니는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니며, 형법상 재물손괴도 고의범만 처벌한다"며 "이 사고는 민사로 처리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안씨와 실제 벤츠 차량의 차주는 사고 원인으로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안씨가 몰던 차량이 브레이크등이 들어온 상태에서 뒤로 돌진한 점, 이후 변속 레버를 조작하지 않았음에도 차량이 앞으로 돌진한 점, 사고 당시 차에서 엄청난 굉음이 발생한 점 등을 미뤄볼 때 차량 시스템 결함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이에 안씨와 차주는 지난 5월 벤츠 독일 본사와 한국 현지 법인 벤츠코리아, 공식 판매대리점인 한성자동차 등을 상대로 2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안씨는 당시 사고로 인해 일자리를 잃었는데, 여전히 실직 상태라고 한다.
안씨 측은 서울중앙지법에 벤츠코리아를 상대로 증거보전을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 13일 신청을 인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