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담보가치 대비 60% 이상을 대출받은 ‘영끌족’ 대출 규모가 1년 반만에 두 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감이 커지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매수세가 거세진 영향이다.
문제는 이같은 가계빚 증가세가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인하가 잇따르며, 우리나라에도 통화정책 완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따라 시장금리가 하락할 경우 주담대 수요는 더 자극될 수 있다.
▶3명 중 1명이 ‘영끌’…고LTV 주담대 급증=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이 분석한 가계 주담대 중 담보인정비율(LTV) 60%를 초과하는 주담대는 올 6월 말 기준 155조2000억원으로 2023년 말(133조8000억원)과 비교해 21조4000억원 늘었다. 전체 분석 대상 주담대가 466조7000억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33.2%에 달하는 금액이 고LTV, 즉 ‘영끌’ 대출에 해당하는 셈이다. 이는 올 들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이 나타난 영향이다. 연초 하락세를 보이던 주택매매가격은 6월 상승 추이로 반전한 후 상승폭이 확대됐다. 특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매매가격지수가 높아지면서, 8월 말 기준 주택매매가격 변동률이 2023년 말과 비교해 0.69%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주택매매가격은 1.99% 상승하며, 전국 상승률을 주도했다.
전반적인 가계부채 증가세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신용 레버리지는 204.9%로 전분기(204.4%)와 비교해 소폭 상승한 것으로 추산됐다. 가계신용 잔액 또한 2분기 말 기준 1896조2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0.7% 증가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2.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중 4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액 대부분은 주담대가 차지했다. 올 상반기 금융기관이 취급한 담보대출 규모는 35조3000억원으로 전체(47조2000억원)의 75%를 차지했다. 업권별로는 은행은 주담대 및 비주담대가 각각 18조3000억원, 23조6000원 증가했다. 비은행권 주담대와 비주담대는 각각 1조3000억원, 4조1000억원 감소했다.
▶기준금리 인하 ‘임박’…“추가 조치 준비해야”=이에 한은은 주요 금융안정 리스크 요인 중 하나로 주택가격 상승 및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금융불균형 축적을 꼽았다. 지난 8월 8일 발표된 부동산 공급 대책과 전 금융권 가계대출 억제 방침에도 금융여건 완화에 따른 주택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가계부채 관리에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지적이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가계부채 자극 요인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시장금리 하락에 따라 대출금리가 인하될 시 대출 수요가 몰리며, 부동산 시장 과열 및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외 통화정책 피벗 기대가 시장에 선반영되는 과정에서 주간 매매가격 상승률이 0.2%가 넘는 서울지역 자치구가 7~8월 중 15개를 넘어섰다. 이같은 가격 상승세는 서울에서 점차 서울 외 지역으로 전이되는 양상을 보였다. 통화정책 완화 전환이 본격화될 경우, 서울 일부 지역에 한정됐던 부동산 과열 범위가 더 넓어지며, 가계대출 수요 또한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주택시장 및 가계부채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추가 조치를 미리 준비하고 부동산 가격 안정 및 정부의 가계부채 비율 하향 안정화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유지되도록 정책 공조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광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