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하철역 구내를 순찰하는 경찰관들 [연합] |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김도윤 수습기자]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장소와 시간을 지정해 요청하면 관할 파출소·지구대 소속 경찰관이 순찰 서비스를 제공하는 ‘탄력순찰’이 지난해 서울에서만 215만건 이상 신청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요 대형 시설과 유흥가가 밀집해 사람이 몰리는 서울 강남·서초권역에 탄력순찰이 몰리고 있었다.
26일 헤럴드경제가 경찰청을 통해 확보한 탄력순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만 탄력순찰 215만650건이 신청됐다. 지난 2020년 140만여건이었던 신청 건수는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작년엔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칼부림 등 이른바 이상동기 범죄가 연이어 터지며 신청도 늘었단 분석이다.
서울에 이어서 탄력순찰 수요가 많은 곳은 수도권 남부(경기남부경찰청 관할)로 작년에 142만6046건 신청됐다. 경상북도(136만3076건)와 전라남도(127만227건)도 탄력순찰 신청이 많은 곳이다.
경찰청이 운영하는 ‘순찰 신문고’ 웹페이지를 통해 탄력순찰을 신청하는 화면. 순찰사유를 선택할 수 있다. |
서울만 놓고 보면 243개 지구대·파출소가 있다. 시민들이 탄력순찰 요청을 접수하면 경찰청은 관할에 따라 지역관서에 3시간 간격으로 순찰수요를 배분한다. 지구대·파출소 근무 경관들은 순찰차 내비게이션에 업데이트된 순찰 수요를 확인하고 움직인다. 차량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곳은 도보로 순찰해야 한다.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4년 6개월) 사이 탄력순찰을 배분받은 건수가 많은 상위 5개 지구대·파출소 가운데 4곳이 서초·강남권이었다.
특히 상위 1~3위는 모두 강남 핵심권역을 담당하는 일선 파출소들이다.강남역과 양재역 사이에 있는 서초2파출소는 이 기간 38만287건을 배정받았다. 연평균 7만6000여건을 처리한 수준이다. 서초역과 교대역 중간에 자리잡은 서초3파출소는 36만81건(연평균 7만2000여건)을 담당했다. 양재역에서 가까운 양재파출소는 34만4802건(연평균 6만9000여건)의 탄력순찰을 배정받았다.
비강남권에선 유일하게 을지로3가파출소(연평균 6만6000여건)가 들어 있었다.
서초동 일대는 크고 작은 기업들과 유흥가가 어우러진 지역적 특성 탓에 유동인구가 몰린다. 때문에 지 지역의 탄력순찰은 늦은 저녁부터 심야 시간대에 취객들로 비롯되는 무질서나 불안을 호소하는 내용이 많다.
한 파출소 A경감은 “승하차 승객이 많은 환승 지하철역을 낀 데다 각종 유흥업소가 워낙에 많다보니 사건·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며 “이 때문에 인근 주민들이 불안감 느끼는 경우들이 있고 범죄예방 차원에서 (탄력순찰) 도는 것”이라고 말했다.
탄력순찰이 많다고 해서 해당 지역이 우범지대라는 의미는 아니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이 특별히 치안에 관심이 많은 요소들이 순찰서비스 신청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초동 법조단지와 인근 대형 교회, 공연장 등의 시설도 주요 순찰 대상지역이다. 다세대·다가구가 밀집한 양재동 일대도 범죄 발생률은 높지 않으나 주민들이 꾸준히 순찰을 요청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다른 지역경찰관 B씨는 “이상한 분장을 하고 교회 앞을 서성인다고 하는 민원들이 있어 일요일마다 고정적으로 대형교회 순찰도 돈다. 관할 지역적 특성에 따라 신청이 들어오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현장 경찰들은 예방적 목적의 탄력순찰과 더불어 실시간 접수되는 112긴급출동도 대응해야 한다. 탄력순찰 도중 발견한 주취자를 처리하고 있는 와중에 112 출동 지시를 전달받기도 일쑤다.
탄력순찰도 몰리는 곳만 몰리는 구조여서 업무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경찰청 산하 243개 지구대·파출소 가운데 150곳은 연평균 탄련순찰 배정건수가 5000건에도 미치지 않는다. 몰리는 곳만 몰리는 구조다.
강남권 한 파출소장은 “예방적 대응과 실시간 대응 모두 중한데 순찰수요가 몰리는 권역이라면 탄력순찰을 시도청의 기동순찰대와 분담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