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빅컷(0.5%포인트 금리인하)’을 단행한 가운데, 국내 대출금리가 0.25%p(포인트) 내리면 서울 집값이 전국 평균보다 두 배 더 뛴다는 한국은행의 추산이 나왔다. 대출금리가 하락하면 주택구입 부담이 경감돼 매수심리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대출금리에 가산금리를 적용해 결과적으로 대출한도를 줄이는 ‘스트레스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를 잘 안착시키는 등 통화정책에 더한 거시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6일 한은의 ‘금융안정상황’에 따르면 국내외 통화정책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기대가 시장에 선반영된 지난 상반기 이후 주택매매 가격이 서울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8월에는 주간 매매가격 상승률이 0.2%가 넘는 서울지역 자치구가 15개를 넘어섰으며, 9월 셋째 주에는 아파트 매매가격이 0.2% 이하로 상승한 자치구가 19개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된 것이다.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은 수도권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을 지역별로 보면, 서울 일부 지역에 국한됐던 가격 상승세가 점차 서울 여타 지역과 인접한 수도권으로 전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까지는 인천·경기 지역에서 전주 대비 매매가격 상승률이 대부분 0.01~0.1%에 그쳤는데, 9월 3주차에는 0.12~0.2%, 높게는 0.32~1%까지 급증했다.
문제는 미 연준을 따라 국내의 통화정책도 양적완화로 돌아서 대출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 집값을 더 밀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이 충격반응함수를 이용해 지난 2000년 1/4분기부터 2023년 4/4분기까지의 주택가격지수를 추정한 결과, 대출금리가 25bp(1bp=0.01%포인트) 하락하면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은 1년 이후 0.43%포인트 더 오르고, 특히 서울은 0.82%포인트로 전국 평균보다 상승폭이 2배 가량 커지는 것으로 시산됐다.
한은은 “대출금리 하락은 주택구입 부담 경감 및 매수심리 강화 등을 통해 주택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현 정부의 주요 정책목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하향이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앞서 최근 서울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매매거래가 증가하면서 금융권 가계대출이 올해 상반기 이후 빠르게 늘어났다. 실제 한은이 지난 2022년 9월 충격반응함수에 따라 추정한 결과 대출금리 1%포인트 하락시 1년 이후 가계대출 증가율은 0.6%포인트 정도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이런 상황에서 금리하락은 주택 매수심리 및 가격 상승기대를 강화시키면서 가계대출 증가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서울 용산구 아파트 및 업무단지 단지 모습. 임세준 기자 |
반면 금융여건 완화시 취약부문의 대출 건전성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하락하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이자부담이 경감되면서 신규 연체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는 직접효과와, 금리인하에 따라 부동산거래가 늘어날 경우 PF 사업성이 좋아지면서 관련 대출 건전성도 개선되는 간접효과를 모두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PF 사업장별 미시자료를 이용해 대출금리 하락에 따른 영향을 시산해보면, 전체 PF 사업장의 이자부담은 내년중 8000억원 내외 경감되고 직·간접 경로를 따라 PF 연체율이 약 1.2%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기준금리가 인하될 시 부동산가격 상승 및 가계부채 누증 등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는 만큼, 통화정책과 동시에 거시건전성정책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은은 “신규주택 공급대책(8월 8일)은 중장기적 시계에서 부동산가격의 상승기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수요측 요인에 의한 주택가격의 과도한 상승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선 적절한 거시건전생정책 운용이 요구된다”며 “특시 스트레스DSR의 안착을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