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중동 지역 위기가 고조되자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에 '긴장 완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마이 웨이'를 고수하며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군사작전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가 국제적으로 고립된 상태이지만 분쟁을 끝내라는 압력에 저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은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의 행위를 비판하는 결의안은 통과시키면서 (가자전쟁을 불러온) 하마스의 (작년) 10월 7일 공격을 성토하지 않는 유엔을 비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번 주에 나온 (이스라엘에 대한) 훈계와 비난은 단기적으로 전쟁을 막는 데는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다"고 진단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26일 유엔 총회가 열리는 미국 뉴욕에 도착해 27일 총회 연설을 할 예정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의 전쟁 사망자가 4만명이 넘었고, 이들 대부분이 민간인으로 추정되는데도 '하마스 섬멸'을 고집스럽게 내세우며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를 무시해왔다.
이스라엘은 현재 하마스 지지를 표명하며 이스라엘 북부를 타격해 온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도 제거 대상으로 못 박고, 헤즈볼라 근거지인 레바논을 사흘 넘게 공습 중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레바논에서의 지상전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해왔는데, 이 때문에 중동 내 '확전'을 막으려는 유엔 등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긴박해진 상태다.
유엔총회에 모인 각국 지도자들은 일제히 확전만은 막아야 한다며 양측에 자제를 호소했고, 미국,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21일간 휴전하는 내용의 협상안을 제시하는 등 외교전에 나섰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자국에서 연설을 통해 "이들(헤즈볼라 공격으로 이스라엘 북부를 떠난 피란민)이 귀환할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라며 헤즈볼라를 겨냥한 공세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국제사회의 거듭된 압박, 인질 구출 실패에 따른 국내에서의 비판 여론에도 네타냐후 총리가 계속 강경노선을 걷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나온다. 지지 기반이 약한 네타냐후 총리로서는 권력 유지를 위해 자신을 총리로 만들어 준 우파 연정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하마스 척결'을 최우선시하는 연정 내 극우 정치인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이 요구하는 휴전안을 수용하면 연정을 탈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강경 대응을 견인하고 있다.
연정의 의석은 64석에 불과해 단 4명만 이탈해도 네타냐후 총리는 실각할 위험이 있다.
연정이 깨질 경우 조기 총선을 치러야 하는데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빈번한 상황에서는 승산이 없다.
WSJ은 네타냐후 총리에 국제사회의 압박이 통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미국의 애매한 태도를 들었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옹호하고 안보 지원을 계속하면서 유엔을 통해 이스라엘을 설득하려는 국제사회의 시도가 방해받았다는 것이다.
WSJ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전쟁 처리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미국이 무기 선적을 보류하고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사용하지 않는 등 이스라엘이 휴전 협정을 체결하고 지역에 평화를 가져오도록 하는 모든 외교적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