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이번 자료 요청 건은 너무했습니다. 보험산업 이해도가 전혀 없는 질문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국정감사 시즌이 돌아온 가운데 보험사들은 반복되는 ‘민원다발 금융업’ 표적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원래 10월 국감 시즌이 되면 의원실 요청에 따른 자료 요청이 많아지지만 얼토당토 않는 질문이 들어올 때면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전체 보험사에게 금융회사 자료제출 요구 시스템(CPC)을 통해 ▷보험금 지급과다 설계사 제재 관련 규정과 ▷보험금 지급 과다 설계사 제재 현황 자료를 요청했다. 한 국회의원실의 국회 요구 자료 제출 요청에 따른 것이다.
2022년부터 2024년 8월까지 전속설계사, 교차설계사, GA(법인보험대리점)로 나눠 시기별로 과다 지급 책정액, 제재 인원, 제재 유형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라고 요구했다.
보험업계는 있을 수 없는 규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보험금 지급을 정상적이냐, 부당하냐를 놓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단순하게 금액이 많고 적음으로 판가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금을 수령한 게 정상적인 절차에 따른 지급일 수 있는데 액수를 많이 지급했다고 설계사를 제재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라며 “요청받은 관련 규정이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보험사는 관련 내규가 없어 ‘없음’으로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험사기 연루 설계사를 제재해야 한다는 취지 같은데, 엉뚱한 내용의 자료요청이 왔다”라며 “비슷한 자료요청 건수가 여럿 더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서류 미비와 같은 고객의 귀책사유로 보험금 지급이 지연되는 것인데도 단순히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지연으로 몰아가는 경우, 보험사의 규모를 생각하지 않고 단순 건수로 순위를 매기는 경우 등과 같은 사례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정확한 사실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보험산업에 대한 불신만 키우는 반쪽짜리 비판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보험사의 잘못된 영업 관행은 지적을 받아 마땅하지만, 특정 통계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의 지적은 권력 이기주의라는 의견이 다수다. 특정 보험사가 나서 국회의원의 의견을 반박할 경우 눈 밖에 날 것을 우려해 속으로 삭히며 눈치만 보는 것이 현실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산업은 여전히 ‘민원다발 금융업’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지적받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민원에 가장 민감한 업계이다 보니 매년 국감 때마다 국회의원들이 타깃이 되기 일쑤”라며 “보험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산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이를 토대로 한 건전한 비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