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에서 ‘인류의 역사’가 보인다 [북적book적]

쓰레기 더미. [123rf]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인류의 역사는 쓰레기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가 한 지역에 정착하기 시작한 약 1만 년 전부터 사람들은 필요없는 것들을 버려왔고, 그렇게 모인 쓰레기를 처리하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도시가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쓰레기는 더이상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된다. 덕분에 대부분의 현대 도시들은 쓰레기 수거 체계와 하수 처리 시설 등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

독일의 역사학자인 로만 쾨스터는 신간 ‘쓰레기의 세계사’를 통해 우리가 쓰고 버린 쓰레기에 대한 부작용의 역사를 담담히 써내려 간다. ‘인류 문명의 거울’로서 쓰레기 고고학부터 산업화로 인한 대량 생산과 그에 따른 쓰레기의 폭증, 그리고 이를 가난한 나라로 밀어내는 쓰레기 식민지의 현대에 이르기까지 지역과 시대를 넘나든다. 바야흐로 ‘인류의 더러운 역사’의 요약판이라 할 만하다.

저서에 따르면, 모든 것이 고갈되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증가하는 자원은 바로 쓰레기다. 우리가 매일 내놓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에펠탑 100여 개의 무게에 달한다. 인류가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2050년에는 가정에서 배출하는 쓰레기만 지금보다 75% 많은 34억 톤(t)에 달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인류가 정착하면서 생기게 된 쓰레기는 집 밖에 내다버리고, 구덩이에 던져 넣는 등 원시적인 방법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인구가 늘어나고 도시가 발달하면서 쓰레기의 양은 이같은 방법으로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급격히 늘었다. 이에 도시마다 하수도망을 건설하고 쓰레기 수거 체계를 만드는 등 인프라를 개선하기 시작했다. 특히 쓰레기가 질병 전파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세균학이 발전하면서 도시 발전의 주요 척도로 ‘위생’이 고려됐다.

최근 환경 문제의 원흉으로 지목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슈퍼마켓이라는 소비 행태가 전세계로 확산된 1960년대 이후 문제가 됐다. 냉장고와 포장기술의 발전은 많은 양의 식료품 구매를 가능하게 했고, 이는 잘못된 수요 예측의 원인으로 작용해 쓰레기,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을 증가시켰다. 여기에 20여 년 전부터는 전자 폐기물(E-Waste)까지 더해졌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해결되기도 전에 하이테크 오염이 추가되며 환경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지금과 같은 생산과 소비를 강요하는 경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단언한다. 플라스틱 병에 담긴 음료수를 마신 뒤 그 병을 분리 배출하는 데 만족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쓰레기 양을 줄이려면 생활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하지만, 그 역시도 줄일 수 있는 양은 20% 정도다. 그는 “쓰레기의 양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것은 현재의 기술 수준으론 일상을 비싸고, 느리고, 불편하게 만들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러한 논의는 필요하다. 우리는 쓰레기가 일상과 삶에 얼마나 깊게 뿌리 내렸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쓰레기의 역사/로만 쾨스터 지음·김지현 옮김/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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