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음료로인 식혜는 살얼음을 동동 띄워 마시면 갈증 해소에도 제격이다.
따뜻하게 먹어도 별미다. 데워서 따뜻한 차처럼 마시면 새로운 맛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 겨울에 어울리는 방법이다.
속이 좋지 않을 때도 마시기 좋다. 실제로 한의학 ‘사상의학(체질을 4개로 구분)’에서는 소화력이 약하거나 속이 차가운 사람에게 식혜를 따뜻하게 데워 마시도록 권한다.
식혜는 예로부터 ‘천연 소화제’로 불릴 만큼 소화에 좋은 음료로 알려져 왔다. 주원료인 엿기름 덕분이다. 한의학에서는 엿기름물을 체하거나 구토, 설사를 다스릴 때 약재로 이용해 왔다. 엿기름에는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분해하는 소화효소가 많다.
엿기름은 보리에 싹을 낸 다음 말린 것이다. 이름처럼 기름은 아니다. 식혜는 이 엿기름 가루를 우려낸 물에 밥을 삭혀 만든다. 엿기름을 삭히는 발효 과정에서 천연 효소와 좋은 미생물들이 생성되는데, 이는 소화와 장 건강에 이로운 작용을 한다.
식혜의 단맛 역시 엿기름에서 나온다. 한식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엿기름 속 아밀라아제 효소가 밥의 전분을 분해해 단맛을 내는 맥아당을 만든다. 밥을 오래 씹으면 침 속의 아밀라아제와 섞여 단맛이 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맥아당이 만드는 식혜의 달콤함은 설탕의 강렬한 단맛과는 다르다. 은은하면서 보다 깊다.
다만 시중에 판매하는 대부분의 식혜 제품에는 설탕과 인공감미료가 많이 첨가돼 단맛이 강하다. 열량이나 당분 함량도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영양성분 자료에 따르면, 외식점 식혜의 1회 제공량(150g)당 평균 열량은 130㎉다. 당류는 17g에 달한다.
식혜를 보다 건강하게 마시려면 가정에서 직접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전기밥솥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우선 멥쌀이나 찹쌀로 된밥을 지은 다음, 엿기름 가루를 물에 불린다. 불린 엿기름 물에 밥을 풀어 전기밥솥의 보온 상태에서 4~5시간 둔다. 밥알이 동동 떠오르면 설탕이나 꿀을 넣고 한 번 끓여서 식힌다. 끓일 때 생강 저민 것이나 유자즙을 넣으면 향과 맛이 더욱 좋아진다. 육성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