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개별 기업 아닌 산업 인프라로 접근할 때 경쟁력 있는 AI 나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5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울산포럼’ 마무리토론에 참석해 기술과 문화를 활용한 울산의 혁신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K 제공]

[헤럴드경제(울산)=김은희 기자] “울산의 개별 기업이 AI(인공지능)를 이용해 경쟁력을 갖겠다? 말은 좋은데 솔직히 쉬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비용도 엄청나게 들지만 효과적이지도 못할 겁니다. 울산시가 AI 관련 인프라를 만들어주고 산업단지 내 전체 기업이 데이터를 모아 정제한 상태에서 제조업에 맞게 반영하면 경쟁력 있는 AI가 나올 수 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5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울산포럼’에서 “AI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제가 잘 돼 있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로 AI를 훈련시켜야 하지만 대기업도 그렇게 하기 어렵다”면서 울산시 차원에서 전체 기업이 함께 AI 산업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이 시도하면 여수, 대전, 인천 등 다른 도시도 시도하게 돼 결국은 제조업 관련 데이터를 총망라하는 거대한 AI 산업 인프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최 회장의 구상이다.

그는 “울산의 제조업이 AI를 어떻게 활용할지 한 방향에서만 생각해선 차별화가 안 된다”면서 “제조업을 기반으로 AI를 훈련시키고 이를 통해 더 똑똑해진 AI를 상품화하는 등 양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지역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시민이 가장 관심을 두는 사회문제가 무엇인지 분명히 하고 그 문제에 돈이나 사람, 시간 등의 자원을 쏟아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울산 시민과 기업·울산시의 생각의 간극을 좁혀 나가는 게 지역사회에 가장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울산을 문화도시로 만들 수 있는 해법도 제시했다. 최 회장은 “똑똑한 전문가가 모여 울산의 미래를 어떻게 디자인할지 깊게 고민해야 한다”면서 “현재 사용 중인 원유저장탱크 외벽에 그림을 그리고 사용하지 않는 탱크 내부에 도서관, 오페라하우스 등 문화시설을 만드는 등 울산만의 특징을 반영한 문화 콘텐츠가 있어야 국내외에서 사람이 모여들 것”이라고 제안했다.

최태원(오른쪽 두 번째) SK그룹 회장이 25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울산포럼’ 마무리토론에 참석해 기술과 문화를 활용한 울산의 혁신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K 제공]

올해 3회째를 맞은 울산포럼은 최 회장의 제안에 따라 SK가 울산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지역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사회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시작했다. 그룹 내 대표 지식경영 플랫폼인 이천포럼의 경험을 지역사회와 나누자는 취지다. 올해는 ‘피보팅(Pivoting) 울산: 기술과 문화로 만들다’를 주제로 스마트 제조와 문화·환경의 하모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최 회장은 이날 온종일 포럼장을 지키며 국내 주요 기업의 제조 현장 내 AI·디지털 전환(DX) 적용 사례와 제조 솔루션의 미래, 문화·환경 관점에서 울산이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귀를 기울였다. 틈틈이 강연 내용을 메모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점심에는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울산CLX) 임직원을 만나 현장 애로사항을 경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은 울산포럼 폐막 후 기자들과 만나 “울산은 SK의 하나의 고향”이라며 “발상지는 수원이지만, 울산에 훨씬 많은 공장이 있고 사람들이 일을 한다. 울산이 토대가 돼 SK의 발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울산이 계속해서 발전하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고 울산포럼을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상시 협의체가 구성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울산포럼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에 대해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두 회사가 옛날에는 같이 있었다가 분리됐는데 이제 다시 합쳐진 것”이라며 “신(新)에너지부터 현재 에너지까지 총망라해 에너지 토탈 솔루션을 찾아 서로 간에 마찰 없이 힘을 합해 나가는 협업이 잘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양사가 합병한 통합 SK이노베이션은 오는 11월 1일 공식 출범한다.

합병 후 SK그룹의 리밸런싱(사업 재조정)에 대해서는 “잘 되겠죠”라고 짧게 답하며 웃어 보였다.

또한 최 회장은 SK의 AI 사업 투자와 관련해 “어떤 게 먼저라기보다는 반도체 부문에 투자돼야 하는 게 있고 AI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데이터센터를 확보하고 데이터센터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데이터센터 내 에너지 솔루션부터 부품까지 총망라해 가능한 효율적이고 기능이 좋은 데이터센터 솔루션을 만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SK는 올해 6월 이천포럼에서 향후 5년간 AI 관련 사업 분야에 약 82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최태원(가운데) SK그룹 회장과 박상규(왼쪽 세 번째) SK이노베이션 사장, 이윤철(왼쪽 다섯 번째) 울산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25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울산포럼’ 현장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SK 제공]

이날 행사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박상규 SK이노베이션·오종훈 SK에너지·나경수 SK지오센트릭·김원기 SK엔무브·박원철 SKC·안재현 SK케미칼·윤병석 SK가스 사장 등 SK의 에너지 계열사 최고경영자가 총출동했고 표문수 마이써니(mySUNI) 총장과 염용석 SK경영경제연구소장이 함께했다. 또한 김두겸 울산시장, 이윤철 울산상공회의소 회장, 오연천 울산대 총장을 비롯한 지역 기업인, 소상공인, 울산지역 대학생, 일반 시민 등 1300여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했다.

박상규 사장은 개회사에서 “울산은 기후변화, 산업전환, 지역소멸 등의 변화의 물결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복합적인 문제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정부, 학계, 기업 등 우리 모두의 지성과 노력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 대표를 역임한 표문수 총장은 헤럴드경제와 만나 “문화도시로서 울산이 앞으로 나아갈 모습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룬 것 같아 인상적이었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SK 관계자는 “울산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기반으로 울산 지역의 이해관계자와 미래 발전방향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며 “울산포럼이 지역사회 성장을 위한 실천적인 해법을 찾는 장이 될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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