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폭염경보라니? 이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나 싶어 기사를 찾아보니 9월 중 폭염경보가 내려진 것은 2008년 폭염특보제 도입 이후 최초라고 한다. 아마 그이전에도 이런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열대야도 신기록이다. 제주는 올해 5분의 1이 열대야라고 한다.
폭염이 심장질환·호흡기질환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거주지역의 연평균 기온이 과거 평년 기온보다 1도 상승할 때마다 우울 증상 호소 응답률이 13%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부상의 위험을 높이고 정신질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우려 중 다른 하나는 감염병이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기후영향평가보고서에 따르면 기온 강우량 변화 등에 의한 생태계의 변화로 뎅기열 등 곤충 동물 매개감염병과 비브리오감염증 등 수인성 식품 매개 감염병이 증가할 수 있고, 실제 최근 들어 모기 매개 감염병인 뎅기열 신고환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기후변화는 건강위험을 높인다는 점뿐만 아니라 계층별 건강 격차를 더 벌린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커진다. 예를 들어 미국은 히스패닉, 라틴계 사람들은 건설, 농업 등 야외 작업 노동 참여가 높아 지구 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2도 높아질 경우 열 관련질병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3배 이상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위험이 취약계층과 고령인구 비중이 큰 지역에서 불균형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프라 및 재정·복지 수준이 낮은 지역사회에서 폭염 사망위험이 높으며, 감염병은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서도 소득계층별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모든 인류가 신체적·정신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건강을 누려야 함을 WHO 헌장에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보건의료기본법에 모든 국민은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한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으며, 성별, 나이, 종교, 사회적 신분 또는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대한 권리를 침해받지 않는다고 규정해 건강권을 보호하고 있다. 다시 말해 최고 수준의 건강과 건강 평등성을 보장하는 건강권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이므로,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위험에 대응해 건강 불평등을 완화하고 건강권을 실현하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과제다.
따라서 정부는 기후변화에 취약한 소외계층의 생활기반시설 개선, 기후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 질병에 대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 확대 등을 고려해볼 수 있고, 기후위험 감축 산업 분야에 정책금융을 지원함으로써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보험산업은 상해보험, 질병보험 등을 통해 피보험자의 건강위험을 보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위험의 증가와 건강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다른 어느 산업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글로벌 보험회사인 제너럴리가 개인의 위험 감소 노력 및 친환경 행동을 촉진하기 위한 교육의 필요함을 강조하며, 고객의 노력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점은 우리나라 보험회사에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생각된다.
조재린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