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사법농단 의혹의 ‘최상위 실행자’로 지목돼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심에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임 전 차장의 변호인은 26일 서울고법 형사12-1부(홍지영 방웅환 김형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은 검찰의 과도한 의심, 비약, 근거 없는 추정으로 잘못 구성된 부분이 많아서 일일이 지적하기도 어려운 정도”라고 비판했다.
변호인은 “헌정사상 최초로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되는 등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상황에서 수사 성과를 내려다보니 수사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며 “수많은 법관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검찰 조서가 자신이 실제 말한 것과 다르게 꾸며졌다고 증언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 조서를 법정 증언과 면밀히 대조해 살펴봐 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검찰은 “피고인은 사법행정 업무 수행의 외관을 갖췄으나 실질적으로는 재판의 구체적 절차와 결론 등에 개입해 재판에 관한 국민의 헌법적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법원의 자체 진상조사 등으로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거래 행위 등이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피고인은 현재까지도 범행을 부인한다”고 지적했다.
임 전 차장은 2018년 11월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 위상 강화 및 이익 도모, 대내외 비판세력 탄압, 부당한 조직 보호, 비자금 조성 등 네가지 범주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지난 2월 1심은 그의 혐의 일부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전·현직 법관 중 가장 높은 형량이었다.
2015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처분 소송에서 고용노동부의 소송서류를 사실상 대필해주고 청와대·노동부를 거쳐 사건을 맡은 대법원 재판부가 접수하는 데 관여한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됐다.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은 별도로 진행된 1심 재판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고 현재 2심 재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