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기, PER 상승여부 먼저 따져라”

“기준금리 인하 국면에서는 PER(주가수익비율) 상승 여부를 제일 먼저 따져보세요.”

이재만(사진) 하나증권 글로벌투자분석실장은 27일 인터뷰에서 “금리인하 시기엔 PER 상승(밸류에이션 상승) 여부가 주가 수익률을 결정한다. 테크 섹터가 미국 증시를 주도할 경우 이익과 밸류에이션의 상관계수는 더 높아질 수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실장은 국내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수차례 지정된 국내 최고 증시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오는 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헤럴드 머니페스타 2024’에서 ‘금리인하, 그 다음은’을 주제로 강연한다.

시장에는 ‘금리 하락기에는 성장주를 담으라’라는 투자 공식이 있다. 금리가 내리면 성장 기업들은 자금을 조달할 때 드는 비용이 줄면서 영업이익률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이 실장은 과거 금리 인하 시기에도 시장은 PER을 기반으로 상승세를 탔다는 점을 들어 설명했다.

그는 “그간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월(月)을 살펴보면, PER 평균 상승률은 2.1%로 S&P500지수 평균 수익률(0.4%)보다 높았다”며 “수익성 개선 여부가 주도주를 결정하는 핵심 조건”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매년 9~12월 주가 상승률이 높았던 업종은 다음 해에도 이익증가율 전망치가 높다는 특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렇다면 PER도 양호하고 내년 이익전망치도 밝은 섹터는 어디일까. S&P500 업종 내에선 ▷반도체 ▷미디어 ▷소프트웨어 등 테크 섹터가 여전히 유망하다는 평가다. ‘최근 빅테크는 고평가 논란에 시달리지 않나’고 묻자 이 실장은 “‘엔비디아’에 얽매이지 않는 투자 접근이 필요한 시기다. 엔비디아는 이미 시가총액 1등을 한 기업이라 추가 급등할 여지가 크지 않다. 브로드컴 등 여전히 상승 여력을 갖춘 빅테크들도 많다”고 답했다. 테크가 부담스럽다면 ▷자동차 ▷운송 ▷원자재 등도 PER과 이익 전망이 밝아 눈여겨 볼 것을 조언했다.

이 같은 ‘PER 투자법’은 국내 증시에서도 통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하나증권 리서치센터가 2010년 이후 코스피 26개 업종을 살펴본 결과, 12개월 예상 영업이익이 개선된 섹터가 PER 상승을 기반으로 주가가 오름세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토대로 이 실장은 “이익 증가할 때 PER이 빠르게 올라가는 업종은 주로 제약·바이오와 방산·지주 등에 집중됐다”면서 “이 밖에도 2차전지, 화장품, 전력기기, 필수소비재(식음료) 등도 내년 턴어라운드도 기대되는 업종”이라고 주목했다.

다만, 국내 반도체는 미국 증시의 빅테크처럼 성장주로 보고 단순 접근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이 실장은 “미국의 반도체는 산업 전반 이노베이션(혁신)을 이끄는 성장주 성격이 짙지만 한국 증시에서의 반도체는 시클리컬(경기민감주)에 해당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국내 반도체의 반등은 PER뿐만 아니라 미국 경기의 호전 여부를 더 꼼꼼하게 따져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단 미국 경기는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연말~내년 초에 미국 경기가 개선된다면 국내 반도체 흐름도 나아질 수 있다”고 했다.

올 연말까지 주시해야 할 주요 변수에는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을 꼽았다. 그는 “당선자에 따라 시장 색깔과 경로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진행폭 ▷중국의 물가 지표 반전 여부 등을 살필 것을 조언했다. 최근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아직은 정책금리를 내린 정도라 정부 재정을 대규모로 투입하는 부양책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 실장은 “중국의 경기 부양책은 매번 기대감만 키우다가 실망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빈번했다. 섣부르게 베팅에 나서기보다 실제 내용을 보고 중국 증시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 실장이 분석한 금리인하기 투자 전략 아이디어와 내년도 실적·PER 유망 기업을 찾는 기준 등 보다 자세한 내용은 ‘헤럴드 머니페스타’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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