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들으라고 그러나” ‘尹 명예훼손’ 재판부, 검찰에 주의준 이유는?[윤호의 검찰뭐하지]

지난 대선에서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허위 인터뷰로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지난 대선에서 허위 인터뷰로 윤석열 대통령(당시 후보)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의 첫 재판에서 재판장이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 진술이 주객전도”됐다고 제동을 걸었다. 공소장에는 없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기자들 들으라고 하는 소리는 아니지 않나”고 지적하기도 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지난 24일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한상진 기자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 모두 절차에서 검찰은 김씨 등 4명의 공소사실 요지를 PT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재판부는 검찰을 멈춰 세우고 “공판준비기일에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로 기소된 게 아닌데. 그런 형태로 공소사실을 기재해서 수정해야 한다고 거듭 말씀드렸다”며 “동기부분이나 경위사실이 주가 된다는 느낌으로, 주객이 전도됐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김씨 등 4명의 주요 혐의인 지난 대선 과정에서의 허위 인터뷰 보도 의혹 그 자체보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등 그 배경에 대한 설명을 길게 하자 재판부가 제동을 건 것이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공소사실 요지를 진술하며 “피고인들은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가짜뉴스를 생산·유포했다”, “김만배 씨는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에게 유리한 공산당 프레임과 윤석열 후보에게 불리한 조우형 수사무마 프레임을 날조했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소사실 요지는 과거의 것을 기준으로 설명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며 ““방청석에 기자분들이 상당수 왔는데, 재판을 하는 것이지 기자들 보고 들으라고 하는 소리는 아니지 않느냐”고도 했다.

재판부의 이같은 지적이 휴정으로 이어지자, 결국 검찰은 PT 발표 대신 공소장 내용을 낭독하는 방법으로 공소 요지를 진술했다.

앞서 3차례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혐의와 무관한 내용이 많아 보인다는 점을 거듭 지적했다. 검찰이 공소장에 기재한 내용이 ‘명예훼손’ 혐의와 어떻게 관련되는지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취지였고, 이에 검찰은 공소장을 변경해 제출한 바 있다.

이날 재판에서 신 전 위원장 변호인은 “이 사건은 반의사 불벌죄이기 때문에 피해자라고 자처하는 윤 대통령의 처벌에 대한 의사를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증인신청과 사실조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명예훼손죄는 반의사 불벌죄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기소할 수 없다.

김 대표도 이날 재판에 출석하며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을 재판 증인으로 신청할 것”이라며 “검찰은 이 사건 피해자를 윤 대통령이라고 적시했지만, 우리는 윤 대통령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모른다. 본인 입으로 이 보도로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이야기해야 재판이 성립된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21년 9월 15일 뉴스타파 전문위원이던 신 전 위원장을 만나 ‘윤 대통령이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있을 당시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통해 (대장동 대출 브로커인) 조우형 씨 사건을 덮어줬다’는 취지의 허위 인터뷰를 했다.

뉴스타파는 이를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 6일 보도했는데, 검찰은 김 씨가 인터뷰 닷새 뒤인 2021년 9월 20일 신 전 위원장이 집필한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혼맥지도’라는 책 3권 값으로 건넨 1억6500만원을 허위 보도 대가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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