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에 안간힘을 쓰고있는 힐스테이트 속초. 외지인과 속초민들의 관심이 적자 각종 혜택을 내세우고있다. 하지만 흥행대박은 아직 없다.[힐스테이트 홈피 캡처] |
[헤럴드경제(속초)=박정규 기자]양양~서울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각광을 받아 우후죽순 들어선 속초 아파트이 벼락을 맞았다. ‘세컨하우스 성지’ 속초도 태풍급 하락장 직격탄을 맞았다. 세컨하우스로 구입한 외지인은 패닉에 빠졌다. 당근마켓 부동산 직거래는 난리났고 투매장이 형성됐다. 부동산 중개업소에 내놓은 가격보다 훨씬 더 낮은 가격이다.
이 와중에 속초 중앙초등학교 옆에 최근 힐스테이트속초(925가구)가 대단지 아파트 분양에 또 나섰다. 분양성적은 당연히 저조하다. 시행사는 분양 성적을 올리기위해 안간힘이다. 중도금 전액무이자에 호수·바다·산·멀티뷰 등 5가지 체크포인트를 앞세워 분양에 나섰다. 입주까지 500만원이면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외지인 뿐만 아니라 속초인들 조차 아파트 분양자체에 관심이 없다. 주변 부동산 중개업자는 “힐스테이트 속초가 계약자 특별혜택까지 내세웠지만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원래 특별혜택 등 다양한 고객 유치 행사가 벌어지면 해당 아파트 분양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 고금리, 경기침체로 아파트 값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완공되면서 부터 속초는 현대아이파트가 분양 대박을 일으키면서 세컨하우스 성지가 됐다. 분양이 완판되자 너도나도 속초에 눈독을 들였고 오션뷰와 설악산뷰를 보지 못할 정도로 아파트, 호텔, 생활숙박시설 등이 들어섰다. 이때만 해도 속초 곳곳은 ‘공사판’이었다. 이 과정에서 식수부족 물난리까지 났다.
불이 더욱 지핀것은 코로나이다. 외국행이 닫히면서 속초는 세컨하우스 건립붐이 불길 처럼 번졌다.‘서울시 속초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행사들은 평당 2000~3000만까지 돈을 풀어 땅을 사들였다. 분양도 성공적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해외여행이 허용되면서 속초나 강릉, 양양, 고성 등에 관심이 줄어 들었다. 특히 대출이 막히면서 매수자는 청약에 주춤하기 시작했다. 세컨하우스을 구입했지만 전입신고 조차 하지않았고, 땅을 판 원주민들은 떠났다. 아파트 난개발 명소(?)로 유명한 속초가 지방 소멸위기 지역에 들어섰다. 채용생 전 속초시장은 부동산중개사 자격증을 따 영업중이다.
통상적으로 판자촌 등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은 지자체가 아파트를 적극 유치한다. 예산 10원도 안 들이고 아파트 시행사가 반듯한 주거환경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언론은 속초의 난개발을 우려하는 기사를 쏟아냈지만 매일 아파트는 올라가고 있었다. 2020~2022년 초까지가 속초 난개발 광풍기간이라도 해도 무방하다.
그로부터 아파트 가격은 하락장에 돌입했다.
속초 중앙시장에 위치한 속초시 금호동 생모리츠 등이 제일 먼저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속초 시민들 사이에서 ‘이상기운’을 감지한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속초 자체가 아파트 공사판이었다.
네이버 부동산 캡처. |
조양동 양우내안에오션스카이(2021년 완공, 320가구·최고 37층)는 고점대비 2억원정도 하락했다. 단지 바로 앞에 속초해수욕장이 위치해있고 속초고속버스터미널과 이마트가 가깝워 최고의 입지조건을 자랑했다. 2021년 1월 34평이 6억5000만원이란 고점을 찍었지만 바로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 5월 5억3100만원에 거래됐다.이후 7월에는 34층 매물이 4억에 거래되면서 두달만에 2억5000만원이 급락했다. 현재 호가는 최근거래내역보다 더 하락한 3억8000만원이다. 하지만 매수자를 찾기는 쉽지않다.
2022년 3월 속초교동시티프라디움(2018년 준공,산 바다 호수 조망)은 32평이 5억2000만원이란 고점을 찍고 하락해 지난 8월 3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하락율 26%이다. 현재 호가 매물은 3억4500만원이다.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속초시청 바로앞 힐스테이트속초센트럴(주상복합,256가구,36층)은 2022년 6월 33평이 8억 고점을 찍었다. 하락장이 시작된 이후 올해 6월 5억3000만원 찍었다. 현재 호가는 4억1000만원에 올라와있다.
하락율 45%를 기록한 거의 반토막 아파트도 있다. 속초청호아이파크는 2018년 687가구 최고 29층으로 인기를 끌었다. 500가구 넘는 대단지이고 고속터미널, 속초해변이 도보 5분거리로 완벽한 휴양지에다 세컨하우스 최적 조건을 갖췄다. 북양양IC가 인접해 교통도 편리하다. 하지만 2021년 8월 7억5000만원 고점을 찍고 하락해 지난 7월 4억원에 거래됐다. 무려 3억5000만원이 날아갔다. 지금은 3억7000만원에 호가가 붙어있다.
하락율 43% 기록한 속초시 동명동 디오션자이는 속초에서 가장 인기있고 수도권 외지인들이 눈독을 들인 아파트다. 분양가가 높았지만 완판을 기록해 떠들석했다. 2023년식 454가구 최고 43층이다. 시원한 동해바다 조망권을 갖춘 신축아파트,오션뷰를 자랑한다.속초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서 가장 눈독을 들였던 아파트다. 2021년 7월 분양권 35평이 8억2000만원 고점찍고 하락해 지난 6월 4억58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호가 매물은 4억5190만원에 나와있다.
문제는 아파트 분양 실적이 저조하고 분양도 안될 것 예상하면서도 분양을 할 수 밖에 없는 시행업자의 눈물이다. 부지를 비싼 가격에 매입해 어쩔 수 없이 분양을 해야한다. 아니면 부도다. 향후 속초 중앙동 재개발지역(41층)에 아파트 신축이 예정돼있고, 속초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조양동 오션뷰 아파트, KTX 예정지로 꼽히는 예정 지역도 아파트 건립이 예정돼있다. 이미 부지를 매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 훈풍은 속초까지 불고 있지 않다. 세컨 하우스 열풍은 이젠 식었다. 대출규제 등으로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소득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집을 은행에 담보로 제공해도 10원짜리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속초 원주민들은 평생 보지도, 만지지도 못한 땅값을 받고 외지로 떠나면서 인구소멸위기 지역까지 되버렸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오래전 예상됐다. 외부인과 막대한 돈이 유입되고, 돈을 받은 원주민이 다른 곳으로 떠나는 현상은 가속화됐다.
“속초에서 이젠 아파트를 사면 바보다”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세컨하우스를 구입한 외지인들은 너도나도 아파트를 내놓고있다. 속초 당근마켓은 불이났다. 남보다 빨리 팔려고 부동산 중개업소에 내놓은 가격보다 낮거나 마이너스 피로 직거래를 유도하는 매도자도 수두룩 하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는 “이젠 속초 아파트 전성기는 끝났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