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한국과 무역협정을 개정하고 방위비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미국 싱크탱크 전문가가 전망했다.
엘런 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26일(현지시간) 연구소가 발간한 ‘2024 미국 대선의 글로벌 영향’ 보고서에서 “한국은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 때 그의 조준선에 쉽게 놓일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선임연구원은 그 이유로 한국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역대급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이 국내총생산(GDP)의 2.8%를 국방비로 쓰고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이 매년 부담하는 약 10억달러 규모의 주한미군 주둔 비용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윤석열 정부와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방위비 협상을 조기에 타결하려고 하는 것을 두고 “트럼프를 화나게 만들어 트럼프 2기 한미관계가 시작부터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을 “무역에서는 적, 안보에서는 무임승차자”로 보기 때문에 한국에도 10∼20%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위협하며 협정 개정을 추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해 한국 내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다시 고개 들 가능성도 거론했다.
반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워싱턴 선언’과 ‘핵협의그룹’ 등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한미일 협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한국이 우크라이나, 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오커스(미국·영국·호주 협의체) 필러2, 주요 7개국(G7) 등 국제 무대에서 더 큰 역할을 하기를 바랄 것으로 봤다.
김 선임연구원은 누가 당선되든 북한이 무력 도발로 새 미국 행정부를 시험하려고 할 것이며 이에 대한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응이 매우 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이 취임하면 대북 정책을 검토하고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대북 제재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해리스 부통령이 한국, 일본과 양자·3자 관계를 강화하면서 중국이 비핵화 협상 재개를 지지하도록 압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연애편지’ 교환 등을 통해 북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한 영구적인 유예를 얻어내려고 할 것으로 봤다.
김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런 합의를 바탕으로 북한과 종전을 선언하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사실상 인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