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두 영풍 사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내 프레스클럽에서 열린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설명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강성두 영풍 사장이 MBK파트너스와의 연합과 관련, “영풍과 고려아연이 같이 살고자 하는 고육지책”이라고 강조했다. “오죽했으면 이렇게까지 했겠느냐”고도 했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불가피했다는 걸 거듭 부각시키며 여론전에 나섰다.
특히, 최현범 고려아연 회장을 두곤 “영풍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고려아연을 사유화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사장은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영풍이 1대 주주 자리를 MBK파트너스에 양보하면서까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건 한 마디로 ‘오죽했으면’이다”라고 성토했다.
“정말 오죽했으면 이렇게까지 했겠느냐”라고 거듭 밝힌 강 사장은 “고려아연이 ‘영풍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며 서린상사 사태를 언급했다.
서린상사는 영풍과 고려아연 동업의 상징으로, 2014년부터 영풍 측에서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했다.
고려아연이 독립 선언하면서 올해 주주총회 전후로 그간의 협의를 중단한 채 이사회를 독점 장악했고, 이후 고객사에 영풍과의 거래를 끊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게 강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앞으로 영풍과 계속 거래하면 영풍에 문제가 생겨 물건 공급에 차질이 생길 때 고려아연이 물건을 공급해줄 수 없다’는 식”이라고 밝혔다.
또 “양사가 오랜 세월 공동구매로 원가를 절감했는데, 최 회장이 독립 선언한 후 올해 4월부턴 공동구매도 중단한다고 모든 원료 구매처에 일방 통보했다”며 “심지어 기존 거래처에 영풍이 곧 망할 회사이니 거래에 신중하라는 비방도 서슴치 않았다”고 덧붙였다 .
그러면서 “이는 영풍은 물론 고려아연에도 해가 될 자해행위”라며 “회사 이익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 앞세운 배임행위”라고 비판했다.
강 사장은 올해 4월 고려아연의 ‘황산취급대행계약’ 갱신 거절 통보가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손잡은 결정적 계기였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황산취급대행계약은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만들어진 황산을 온산항으로 수송하는 과정에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의 일부 황산 탱크 및 파이프라인을 유상 이용하는 계약이다. 황산은 아연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인데, 이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아연 생산이 불가능하다.
강 사장은 “양사 협의로 20년 이상 잘 유지된 이 계약을 즉시 끊겠다는 건 결국 석포제련소 목줄을 쥐고 흔들어 영풍을 죽이겠다는 의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회장을 두고도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최 회장이 영풍과 모든 주주들의 소중한 자산인 고려아연을 망가뜨리고 있다”며 “최 회장이 대표이사 취임 후 전체 주주들의 이익보다 고려아연을 사유화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경영권을 독점하고 이사회 기능을 무시했다며 ▷원아시아파트너스 운용 사모펀드 투자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관여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관련 선관주의 의무 위반 등을 의혹 사례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이 떳떳하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투자 경위와 투자금 소재, 손실 규모 등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실했던 고려아연의 부채가 무려 35배 증가했다”고 성토한 그는 “자식이 망가지는 걸 그냥 두고만 보는 부모가 어디 있겠으며, 내 재산이 손상되는 걸 어찌 참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영풍이 이를 알고도 묵인한다면 그야말로 주주에 대한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함께 지배권을 강화, 고려아연 경영을 정상화시키겠다고 했다. 그는 최 회장을 “직계 포함 2.2%의 지분을 가진 경영대리인”이라고 언급하며 “최 회장이 회사의 주인인 양 회사를 사유화하는 걸 막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떤 경우에도 고려아연 모든 임직원 고용은 확고하게 유지될 것이고, 신사업은 차질 없이 추진될 것”이라며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주주가치 제고 및 적극적 주주환원을 통해 고려아연 모든 주주의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