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주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를 단행했지만 미 국채 금리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미 국채시장의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는 지난 17~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약 17bp(1bp=0.01%포인트) 올라 9월 내내 이어지던 가파른 하락세를 반전시켰다.
연준이 향후 금리가 상당히 낮아질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음에도 국채 시장은 주목하지 않는 모습이다.
26일 CNBC에 따르면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의 상당 부분을 시장이 FOMC 회의 전 통화정책 완화 기대를 과도하게 반영했던 부분을 청산하는 차원으로 보고 있다.
조나단 듀엔싱 아문디US 미국 채권 책임자는 “지난주 FOMC 결정과 관련해 소문에 사고 사실에 파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있었다”며 “시장은 이미 매우 공격적인 (통화) 완화 사이클을 반영해 상태였다”고 말했다.
또 연준이 노동시장 둔화를 방어하는 데 집중하는 것은 정상보다 약간 높은 인플레이션을 용인할 의향이 있음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도 국채 금리 상승을 부추겼다.
기준금리 인하 이후 10년 만기 국채 같은 장기채 금리는 급등했지만 2년 만기 국채를 비롯한 단기채는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이에 미 국채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 차이는 FOMC 회의 이후 12bp 증가하며 크게 확대됐다. 이처럼 장기채 금리가 단기채보다 더 빨리 오르는 ‘베어 스티프닝’ 현상은 통상적으로 채권시장이 향후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예상하는 시기에 나타난다.
로버트 팁 PGIM채권 수석 투자전략가는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통제되고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정당하게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했지만 실업률이 증가하고, 신규 고용 비율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면서 “장기채 금리 상승은 시장이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질 수 있고, 연준이 이를 신경 쓰지 않을 위험을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불안정한 미국 재정 상황에 대한 우려도 채권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연준이 어떤 조치를 취하든 과도한 부채와 재정 적자 부담이 장기 차입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차입 비용 증가로 인해 올해 미 정부의 재정 적자에 대한 자금 조달 비용은 사상 처음으로 1조달러를 돌파했다. 장기 국채 매입자들은 미 경제 확장기에는 거의 전례가 없었던, 재정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7%에 육박하는 재정 상황에 투자하는 것을 두려워할 수 있다.
CNBC는 “채권시장의 다양한 역학 관계로 인해 투자자들에게 어려운 시기”라며 “채권 투자자들은 상황이 여전히 불안정함에 따라 국채 배분을 줄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