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해변가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부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가자지구에서 1년 가까이 전쟁을 치르고 최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도 교전을 벌이면서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에서 수만개의 기업이 문을 닫았고, 근로자들이 예비군으로 소집되면서 노동력이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에서 약 28만7000명이 징집됐다. 인구 1000만명 미만의 국가에선 엄청난 숫자다”며 “이들 중 상당수는 근로자며, 경력 목표와 일선 업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이스라엘의 신용 등급은 하향 조정됐고 부채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12일 이스라엘의 국가 신용등급을 종전 ‘A+’에서 ‘A’로 하향하면서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부여해 추가 강등 가능성을 열어뒀다. 피치는 “가자지구 전쟁 지속, 지정학적 위험 고조, 여러 전선에서의 군사 작전 영향을 반영했다”면서 “공공 재정이 타격을 입었고, 2024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7.8%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GDP 대비 부채비율에 대해선 “2024년 70%, 2025년 72%로 상승해 2020년 팬데믹 당시 고점인 71%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군사 지출이 영구적으로 늘어나고 경제 추세가 불확실하면 부채는 2025년 이후에도 상승 추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스라엘의 주요 인력 기반인 팔레스타인들도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 입국이 제한되면서 건설업과 농업에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관광업도 탄력을 잃었다고 WP는 전했다. 이스라엘 중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관광업은 75% 이상 급감해 예루살렘의 많은 상점이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반면 국방비로 인한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5월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인해 오는 2025년까지 670억달러(약 88조2700억원)가 소요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스라엘의 주요 사회경제적 문제를 분석하는 쇼어쉬 사회경제연구소의 댄 벤-데이비드 소장은 “이스라엘 경제는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며 “지금 정부는 전쟁과 관련 없는 다른 사회 분야에는 완전히 단절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베잘렐 스몰리치 이스라엘 재무장관이 경제 부양보단 전쟁 지지자들을 달래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스라엘 경제가 난국에 처했음에도 초정통파 유대교인 하레디에 대한 지원은 아끼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글로벌개발센터(CGD)의 선임 연구원인 대니 바하르는 “이스라엘 정부가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해 있음에도 하레디에 대한 기금을 삭감하는 것은 꺼리고 있다”며 “초정통 정당은 네타냐후 집권 연립의 핵심 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스라엘 의회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을 비롯한 보수 연정은 총 64석 가운데 종교 정당인 샤스와 토라 유대교 연합이 각각 11석과 7석을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