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통과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김건희 리스크’가 또 다시 여권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국회 재의 요구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대구·경북(TK)에서마저 싸늘한 반응이 감지되면서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 이후 증폭된 윤한 갈등은 이탈표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 인터내셔널·한국리서치 4개사가 지난 23~25일 성인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6일 발표한 9월4주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국회를 통과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찬성한다(65%)’는 응답은 ‘반대한다(24%)’를 크게 앞섰다(응답률 15.2%,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찬성 응답은 70대 이상(32%)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과반을 넘었다. 지역별로는 보수 지지세가 강한 TK에서도 과반을 넘는 58%가 찬성 응답을 내놨다. 지난 4월 총선 18석 중 17석을 국민의힘에 몰아준 부산에서도 찬성 응답이 58%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실시된 NBS의 대통령 국정지지율 조사는 앞서 실시된 리얼미터,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이어 임기 중 최저인 25%로 나타났다. TK 지역에서도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이례적으로 30%대로 하락했다. 24~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9월4주차 한국갤럽의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일주일 사이 소폭 오르며 20%대 초반을 회복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응답률 11.5%).
최근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과 ‘커플링(동조화)’ 현상이 뚜렷한 국민의힘에서는 친한동훈(친한)계를 중심으로 김 여사의 사과를 요구하는 공개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26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을) 만났을 때 김건희 여사 사과가 불필요하다라고 얘기하는 분은 저는 사실 지금까지 한 번 한 명도 못 만나봤다”고 말했다. 초선인 박정훈 의원도 같은 날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국정을 운영하는 책임자 입장에서 털고 가는 것이 순리다. 지금 (대통령이 내려야 할) 결단은 사과”라고 했다.
반면 친윤석열(친윤)계 내에서는 “검찰 수사도 안 끝났고 발표도 안 됐는데 무슨 사과를 먼저 하느냐(성일종 의원)”, “사과를 하면 (공격이) 더 심하게 시작될 것(김재원 최고위원)” 등 반박이 나왔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자료사진. 이상섭 기자 |
김 여사 문제를 둘러싼 친윤·친한의 시각차는 최근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 만찬으로 한층 깊어진 감정의 골과 맞물려 심화되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 24일 만찬에서 윤 대통령과 만찬이 불발되자 독대를 재요청한 상태다. 김 여사 문제는 앞서 한 대표가 독대 의제로 언급했던 “중요한 현안” 중 하나다.
만찬과 관련한 친한계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의 발언도 친윤계 반감에 기름을 부었다. 신 부총장은 25일 유튜브 채널 ‘어벤저스 전략회의’에 출연해 만찬 당시 분위기를 ‘가을밤’에 빗댄 익명의 참석자를 향해 “뺨 한 대 때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친윤계 최고위원의 문제제기가 물밑에서 이뤄졌고, 추경호 원내대표 측도 한 대표 측에 문제의식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부총장은 26일 같은 채널에서도 “김건희 여사에 대한 민심이 악화되고 있다. 그거를 아마 못 느낀다면 그 사람은 달나라 국회의원”이라고 했다. 또 “혹시라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한 이후 (김건희 특검법) 상황은 어떻게 될지 솔직히 장담하기 어렵다”며 “(재의결에서 통과된다면) 대통령이 탈당한다, 어쩐다 이런 얘기들도 오가기 시작하면 집권세력이 사실상 와해되는 것”이라고 했다.
해당 방송에서는 ‘추경호 원내대표가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아무런 대책이 없다’, ‘간신들 때문에 망하는 것’ 등 친윤계 중심 원내지도부에 비판적인 진행자 발언도 나왔다.
이러한 갈등 양상은 특검법 재의결에서 ‘8표 이상’ 이탈표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에서는 지난 19일 특검법 통과 당시 안철수 의원이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한 친윤계 의원은 “친한계라고 볼 수 있는 현역 의원은 5명 정도로, 아직 크게 영향은 없을 것”며 이번 재의결에서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한 중진 의원은 “8표까지 못 되더라도 예상을 넘는 이탈표가 나오면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