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던 유럽 이제 한국에 줄 선다…전력기기 초호황 2번 더 올 것” [K-전력기업 대해부④]

박태영 효성중공업 글로벌영업 총괄(전무)이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효성중공업 제공]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기존에는 진입장벽을 강화하고 신규 업체 승인에 보수적이었던 유럽과 미국 고객들이 이제는 오히려 먼저 찾아와 사업협력을 제안하는 모습을 볼 때 K-전력기기의 인기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발(發) 전력 수요 급증과 세계적 탄소감축 흐름에 힘입어 K-전력기기 기업들의 몸값이 고공행진 중이다. 전력기기 시장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들어섰음에도 정작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글로벌 플레이어가 부족한 탓이다. 주요 전력회사들은 K-전력기업들을 찾아와 장기공급 형태로 선계약을 통해 물량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K-전력기기의 달라진 위상은 글로벌 영업현장에서부터 체감할 수 있다. 박태영 효성중공업 글로벌영업 총괄(전무)는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말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글로벌 최대 전력망 박람회 ‘국제전력망협의회(CIGRE)’에서 효성중공업에 대한 관심과 열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기존에는 유럽기업들의 텃밭으로 한국기업들은 진입조차 어려웠던 일부 고객사들조차 줄을 서서 기다리며 효성중공업에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제안한 것이다.

박 전무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전력기업의 경쟁력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기술·품질력을 갖추면서도 최근 가장 중요한 이슈인 글로벌 공급망의 공급 안정성을 갖추고 있다”며 “무엇보다 고객의 요구사항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대응하는 유연성도 있다”고 했다.

실제 한국의 전력 품질은 선진국 수준 이상이라는 설명이다. 전력 손실률은 세계적으로 최저 수준이며, 정전 시간 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 약 30% 낮다. 박 전무는 “한국 전력기업들은 이러한 높은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수십년간 끊임없이 기술 연구개발(R&D)을 해왔고, 글로벌 생산체계를 구축하면서 브랜드파워를 강화해왔다”고 했다.

박태영 효성중공업 글로벌영업 총괄(전무)이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효성중공업 제공]

특히, 효성중공업의 경쟁력으로는 넓은 사업 커버리지와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이에 따른 확장성 등을 꼽았다.

박 전무는 “효성중공업은 기존의 초고압변압기, 가스절연개폐기(GIS)부터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성장으로 급부상한 배터리에너지저장시스템(BESS), 무효전력 보상장치(STATCOM), IT 기반 전력설비 관리를 위한 자산관리(Asset Management) 사업 등 모든 전력 기기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어 고객에게 종합적인 패키지 전력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인도 등에 생산거점이 있어 고객에게 선택권 제공이 가능한 점도 강점으로 들었다. 예컨대, 초고압변압기의 발주량 증가로 고객이 요구하는 기한까지 충족이 어려워질 경우 공급능력이 보다 유연한 중국 남통공장의 변압기를 제안하는 것이 가능한 식이다.

여기에 기술력과 커버리지 등이 뒷받침돼 단순히 고객이 정해주는 사양으로 기기를 공급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효성중공업은 고객의 기술적 니즈를 파악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조직을 바탕으로 제품 개발 단계부터 고객 특화 맞춤형 제품을 제안·개발하며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예컨대, 북미시장의 고용량 차단기, 호주시장의 PST(Phasing Shifting Transformer) 등이다. 효성중공업은 최근 전력시장 성장을 주도하는 미국, 유럽, 중동뿐만 아니라 유럽, 오세아니아,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다양한 엔지니어링·서비스 거점을 기반으로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고 있다.

박 전무는 “효성중공업은 가장 넓게 글로벌 고객과 사업 커버리지를 확보하고 있다”며 “단순히 커버 지역이 넓은 것이 아니라, 주요 지역에 영업·엔지니어링 프론트 허브(Front Hub) 운영을 통해 핵심고객에 인접한 사업을 추진하고 현장서 고객의 소리(VOC)를 듣고 제품·서비스 개선에 반영하는 단계까지 깊이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효성중공업 창원 공장에서 직원들이 초고압변압기를 검사하고 있다. [효성중공업 제공]

현재의 전력기기 슈퍼사이클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에 대해서는 2번의 상승 모멘텀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AI 부문의 호황, 폭발적인 데이터센터 구축에 따른 전기수요 급증과 전력인프라 증설로 1차적으로 오는 2030년까지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0)를 달성하기 위한 세계적인 움직임은 보다 큰 규모와 긴 호흡으로 K-전력기기 상승세를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했다.

박 전무는 “현재 전력시장 상승을 주도하는 동력은 탈탄소화 목표에 따른 재생에너지 발전원의 증가”라며 “송전·배전망 확충 필요성 증대, 전기차·전기펌프 등 전기화에 따른 전기 수요 증가, 노후화된 송전망 교체 및 업그레이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기의 시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냐,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냐의 핵심은 전력 그리드”라며 “주요 국가에서 전력 그리드에 접속하지 못해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이 수백GW에 달하고 있으며, 신재생발전이 진행될수록 전력 그리드 투자도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달 말 파리에서 열린 ‘국제전력망협의회(CIGRE)’에서 효성중공업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효성의 차세대 전력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효성중공업 제공]

효성중공업은 향후 지속가능한 수주에 집중하며 신시장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박 전무는 “전력시장이 공급업체 우위로 변하면서 효성중공업을 포함한 주요 전력기기 업체는 수주의 선택권이 넓어졌다”며 “수익성도 중요한 요소지만, 지속 성장이 가능한 고객을 중심으로 수주를 확보해 향후의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신규 진입이 어려웠던 유럽지역의 신규고객을 지속 확보해 시장 입지를 공고히 하고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핵심 고객과도 사업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전무는 “효성중공업은 ‘최고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회사’, ‘R&D에 집중해 기술을 선도하는 회사’,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목표에 기반해 미래 지속성장이 가능하도록 ‘착한 수주를 많이 하는 회사’를 지향하면서 글로벌 전력 산업을 선도하는 업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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