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 뇌연구실용화센터 내부.[독자 제공] |
한국뇌연구원 뇌연구실용화센터 내부.[독자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2층과 4층은 텅텅 비었습니다. 무분별한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낭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뇌연구원이 제대로 된 운영계획도 수립하지 않은 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준공한 ‘뇌연구실용화센터’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30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개소한 ‘뇌연구실용화센터’는 1층에 일부 사용 중인 전산실을 제외하면 나머지 3개 층 중 1개 층만 사용 중으로 공실률이 약 6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이는 외부 과제를 수주한 내부 연구단과 지원인력을 이곳으로 이전시켰고 외부 기관이나 민간 기업 입주는 거의 없는 상태다.
뇌연구실용화센터 구축에는 국비 187억, 지방비 50억 총 237억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정부의 전략적 재정투입에도 불구하고 기본계획, 운영계획 등이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 2019년 자체적으로 만든 기본계획에는 각 층별로 공간 활용 내역만 기재되어 있으며,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구체적인 운영계획은 준공이 훨씬 지난 올해 4월에서야 확정됐다.
수립한 운영계획에 따르면 뇌연구실용화센터를 창업거점으로 만들어, 뇌연구 실용화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는 개인, 기관을 모집하겠다고 돼 있다. 그러나 뇌연구원이 소재한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 법인이 단지 내에 기업부설연구소, 벤처기업을 설치할 수 있다. 관리기관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의 사전 심의를 거쳐서 대구시의 승인을 얻어야만 한다.
한국뇌연구원 뇌연구실용화센터 내부.[독자 제공] |
하지만 이런 신청 주체는 법인만이 가능하며, 뇌연구원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부설로 결국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이 행정적 절차를 다 수행해야 한다.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뇌연구원이 자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인력, 기관들을 모집해서 복잡한 행정절차를 수행할 수 있을지 여부와 그 결과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 한국뇌연구원 근무(정규)인력은 약 200명으로, 현재 건설 면적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1인당 사용면적이 185.75㎡로 매우 넓다. 국회에서 조사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연구기관의 1인당 면적은 113.03㎡로 이에 비해 약 73㎡가 넓은 셈이다.
한국뇌연구원 대구 본원.[헤럴드DB] |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뇌연구원은 지난 2022년 약 287억원을 투입해 우뇌동을 건립했는데 이마저도 약 2년째 30%가 공실인 상태로 확인됐다.
뇌과학 유관기관 관계자는 “한국뇌연구원은 대구에 위치해 전국적으로 유동 연구인력이 많지 않고, 기초원천연구기관이라 공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산하기관이라는 이유로 면밀한 사전 계획 검토와 적정한 예산을 배분하기는 커녕 연구현장 실사 등을 하지 않고 묻지마 예산을 지원해 결국 국민 세금만 낭비하고 있는 형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