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대학이 성적순으로 (학생을) 뽑는 게 가장 공정한 것은 아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30일 정부세종청사를 찾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 세계 어디를 다녀도 모든 대학이 교육의 다양성을 위해 여러 지역의 사람을 뽑는데, 우리는 무슨 이유인지 온 국민 모두가 성적순으로 뽑는 게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해서 거기에 빠져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획재정부 입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방문은 지난 2월 최상목 부총리가 한국은행 본관을 방문했던 것에 대한 답방 차원이다. [연합] |
이런 발언은 최근 한은이 발간한 보고서와 관련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한은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부모의 경제력과 경제력이 반영된 거주지역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불평등 문제가 심각한 만큼 신입생을 지역별 학생 수와 비례해 뽑는 ‘지역별 비례 선발제’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 ‘강남 집중 완화책’이라는 시각에 대해 “한은의 최근 보고서가 여러가지로 오해를 받는 게 있어서 가슴 아픈 면이 있다”면서 “서울에서 일류 대학을 들어가는 비중이 높은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안을 드린 건데 현실성 있는 제안이냐, 또 강남에 대한 역차별이냐는 얘기가 나왔다”고 했다.
그는 보고서의 핵심과 관련해 “각 대학이 20% 수준으로 진행하는 지역 선발제를 하는데 더 크게 해보자는 각도에서, 강남으로 다 모이는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이라며 “강남에 모이는 것, 사는 것이 잘못됐다고 (보고서를) 오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해결책에 대해서는 “전 세계 어디에 있든 다양성 있게 여러 대학에서 뽑아주면 된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자녀 교육을 목적으로 강남에 거주 중인 부모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애들을 교육한다고 여성들의 커리어를 희생하거나 또 애들을 데리고 왔다갔다하는데 아이들이 행복한가 생각할 필요가 있다”면서 “6살부터 학원에 보내는 게 행복한 건지, 그 아이들이 좋은 대학을 가서 부모의 요구를 달성하면 좋겠지만 중간에 달성하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평생의 짐을 지워주는 것이 아닌지, 이런 사회가 지속되는 게 바람직한지 같이 생각해보자”고 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을 ‘나쁜 균형’이라고도 표현했다. 그러면서 “워낙 나쁜 균형이 있기 때문에 조그만 변화로 (변화를) 가져올 수 없는 상황이므로 공론화를 해서 변화를 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은이 구조적인 이슈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한은의 우수한 인재들이 우리 사회 여러 문제에 대해서 해법을 고민하는 건 한은 입장에서는 당연한 책무”라고 말했다.
한편, 한은 총재의 이날 방문은 최 부총리의 지난 2월 한은 방문에 대한 답방 성격으로 진행됐다. 통화정책 독립성을 기반으로 정부와 미묘한 긴장 관계를 유지해온 중앙은행 수장이 재정당국을 직접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