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병원 조용수 응급의학과 교수. [전남대병원 제공] |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한 응급의학과 교수가 최근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고 복직한 의사들의 명단인 '의료계 블랙리스트'가 작성돼 공표된 것 두고 "블랙리스트는 존재 자체로 폭력"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조용수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30일 페이스북에 의료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집단의 이름으로 소수를 핍박하는 행위"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블랙리스트는) 단순한 리스트 기능을 넘어 집단 린치도 가해졌다"며 "어느 병원 누군가가 부역자라고 게시판에 낙인 찍으면 인적사항부터 취미생활, 학창시절 평판은 물론 심지어 법적, 윤리적 비행까지 모조리 제보받아 사회적 살인을 저질렀다"고 했다.
이어 "블랙리스트는 사실인지 거짓인지 진위를 확인할 수도 없는 정보들을 아카이브로 저장했다"며 "이런 일련의 행위가 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면, 우리 사회는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의 리스트를 만들어서 공개해야 할 판"이라고 날을 세웠다.
조 교수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SNS에 올린 혐의로 구속된 사직 전공의를 두고는 "수사 중인 의사는 1명이 아니다. 30명 이상이 수사를 받고 있다고 언론에 나온다"며 "이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 진행돼야 하고, 잘못이 밝혀진다면 응당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수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버젓이 업데이트 되는 블랙리스트나, 매일같이 벌어지는 게시판의 즉결처분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철저한 수사뿐"이라며 "혐의가 밝혀지면 부디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길 바란다. 부디 한 때의 실수로 끝내고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당부했다.
조 교수는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대해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에 대해서도 "사태 초창기에는 전공의들이 사직을 택한 것이 영리하다고 느꼈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며 "사직이 아니라 파업을 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개별 사직이라 투쟁의 동력이 없다. 잘못된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은 있는데, 정작 행동은 할 수 있는게 없으니 그 사이에서 괴리가 생긴다"며 "이제라도 투쟁을 나가 동료들과 연대하며 불안을 씻어라. 세상에, 거리에 나가 사람들을 설득하고 자신들의 옳음을 증명하라"고 조언했다.
한편 조 교수는 지난달 낙뢰를 맞고 쓰러져 심장이 40분간이나 멎은 고교 교사를 살려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는 이를 두고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지만, 배우겠다고 나서는 이가 도통 없다. 하나같이 손사래를 친다. 나처럼 살기 싫단다"라며 "(의대 정원) 2000명이 아니라 2만명을 늘린들 세상이 과거로 돌아가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