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 연봉·연구비 싹둑” 열악한 현실…뿔난 과학자, 788명 떠났다

과학기술 출연연 연구 모습.[헤럴드DB]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월급도 적은데, 연구비까지 줄어서 연구도 마음껏 할 수 없다. 이직이 최선인 것 같다.” (출연연 과학자)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에서 5년째 일하고 있는 A박사(38세)는 연봉이 5000만원도 되지 않는다. 대기업에 취직한 동기보다도 월급이 못하다. 쥐꼬리 연봉 인상과 열악한 연구환경에 지쳐버린 그는 결국 이직을 결심했다.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자발적으로 퇴직하는 30대 이하 청년연구원 비율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황정아 의원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024년 6월까지 명예퇴직, 당연퇴직 등을 제외한 출연연의 자발적 퇴직자는 총 1253명으로 이 중 30대 이하는 62.9%인 788명에 달했다.

30대 이하 청년 연구원의 퇴직 비율은 2020년 61.9%에서 2021년 64.2%, 2022년 64.4%, 2023년 67.9%로 점차 늘었으며, 지난해 근속연수 1년도 안 돼 퇴사한 30대 이하 연구원만 27명이었다.

과학기술 출연연 연구 모습.[헤럴드DB]

전체 자발적 퇴직자 중에는 학계로 이직하는 경우가 39.4%로 가장 많아 상당수가 대학 교원 등으로 이직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출연연을 떠난 연구자 대다수는 대학으로 이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출연연에 비해 정년이 길고 연구 환경이 상대적으로 좋은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출연연 연구자들의 이탈 현상의 이면에는 연구과제중심제도(PBS)에서 기인한 부족한 연구예산 문제가 있다. 예산 확보를 위한 생계형 사업 수주 확대로 연구 몰입 환경이 훼손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황정아 의원실 제공]

짧은 정년 문제와 열악한 처우 역시 큰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출연연구기관 연구자들의 정년은 만 61세다. IMF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부터 4년이 줄었다. 더욱이 2015년부터는 과학기술계에도 임금피크제가 적용됐다. 출연연 연구자들은 국가 차원의 연구를 수행함에도 대기업이나 학교에 비해 급여가 낮고 연금제도 또한 공무원·사학·군인연금에 비해 적다.

황정아 의원은 “국가 연구개발(R&D)을 주도하는 출연연에서마저 청년 인력이탈이 지속되고, 이공계 성장 사다리가 완전히 끊어지고 있는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며 “교육, 연구, 취업, 주거 등 청년 연구자들을 지원하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출연연 연구자들의 처우 개선에 박차를 가해 국가 R&D의 뿌리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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