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식당에 비빔밥을 포함한 메뉴 안내문이 놓여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은 동일한 메뉴의 매장 판매와 배달 가격이 다르다. 기본 메뉴인 뼈해장국은 매장에서 1만원이지만, 배달 앱에서는 1만2000원에 판다. 인근의 한 개인 카페도 케이크 한 조각의 매장 가격이 배달 앱과 10~20% 차이가 났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업체를 넘어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일반 식당에도 ‘이중가격제’ 운영이 확산되고 있다. 이중가격제는 배달 메뉴 가격을 매장 가격보다 비싸게 받는 것을 의미한다.
영세한 자영업자들은 배달 플랫폼 이용을 포기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마포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매출의 70% 이상이 배달 앱에서 나오기 때문에 서비스를 중단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수수료 부담이 커 어쩔 수 없이 배달 앱 메뉴 가격을 매장보다 10% 올려 받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B씨도 “이윤이 크지 않지만 가게 홍보와 편의성을 고려해 배달 앱에서도 메뉴를 판매 중”이라며 “최근 가게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고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배달 앱 가격을 1000원씩 올렸다”고 말했다. 이어 “프랜차이즈는 자사 앱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일반 자영업자들은 그마저도 불가능”이라고 부연했다.
이중가격제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엇갈린다. 직장인 김형준(30) 씨는 “배달 앱은 이용하고 싶고 부담은 소비자에 전가하고 싶다는 뜻으로 보인다”라며 “매장과 가격이 다른 식당은 더 이상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장인 하수정(26) 씨는 “종종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데 매장과 가격이 다른지 전혀 몰랐다”라며 “배달에서 오는 추가 비용은 이미 배달비로 지불하고 있는데 사기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중가격제를 소비자에 사전 고지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도 있다. 대학생 이미소(22) 씨는 “이익이 남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을 것”이라며 “다만 가격이 다르다는 사실은 소비자에게 명확하게 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미 주요 프랜차이즈는 배달 플랫폼 수수료 부담이 커 이중가격제를 도입하고 있다. 맥도날드, 롯데리아 등 햄버거 프랜차이즈부터 메가MGC커피, 컴포즈 등 카페 프랜차이즈까지 다양하다. 지난 1일부터는 메뉴 가격이 저렴한 한솥도시락도 배달 매출의 30%를 플랫폼에 지불하는 상황이라며 이중가격제 도입을 공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