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조세핀 버틀러 파크 센터에서 이란이 이스라엘에 약 180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한 연설을 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미국 동남부 항만 근로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47년 만의 최대 규모로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에 따른 공급망 혼란과 물가 상승 등 경제적 타격이 전망되면서 30여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매체들은 미 항만 노동조합인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의 파업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이어질 경우 아직 경제적 지지도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따돌리지 못하는 해리스 부통령에게 불리하다는 이유에서다.
ILA는 이날 오전부터 미 동부와 멕시코만 일대 36개 항만에서 소속 노조원 2만5000여 명이 파업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이들 항만에서 화물 선적과 하역 작업이 중단됐다. 미국 동남부 지역 항만 노조 파업은 1977년 이후 47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파업은 지난달 30일 끝난 단체 협상 갱신 협상 과정에서 노사가 임금 관련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노조는 앞으로 6년 동안 임금 77% 인상을 원했지만 사측인 미국해양협회(USMX)는 50% 인상을 제시했다. 다만 ILA 노조는 이날 임금 인상안을 6년 기준 61.5%로 하향 조정했다.
AP통신에 따르면 ILA 소속 노조원들의 기본급은 약 8만1000달러(약 1억500만원) 수준이며, 초과근무시 20만달러까지 받을 수 있다.
파업에 들어간 항구 중 일부는 미국에서 가장 분주한 항구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파업으로 무역에 타격을 입히는 것은 물론이고 하루 38억~45억달러(약 5조~6조 원)의 경제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추정했다.
로이터통신은 “항만 파업이 식량부터 자동차까지 상품의 흐름을 중단하면 운임이 상승하고 물가상승률이 도로 치솟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해 미 상공회의소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태프트·하틀리 법’을 적용해서 파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노사 간 단체 교섭으로 인한 결과”라며 법 적용에 선을 그은 상황이다. ‘태프트·하틀리 법’은 파업이 국가경제 또는 안보를 위협할 경우 대통령이 법원의 허가를 얻어 노동자들의 직장복귀를 명령할 수 있는 법이다.
이에 대해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이 태프트·하틀리 법을 통해 파업을 진정시키려 한다면 선거를 불과 몇 주 앞둔 상태에서 노조원들을 분노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르몽드도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친노조 성향을 내세웠지만, 이번 파업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이 되살아나면서 그의 권한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파업에서 부통령이 할 수 있는 역할이 거의 없음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받는 비난이 해리스 부통령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원들은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을 비난하고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파업은 해리스 부통령이 초래한 결과”라고 주장하면서 더 나은 임금을 위해 협상하는 미국 근로자들을 지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화당 하원 교통위원회도 서한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무대응은 미국의 경제적 피해를 더욱 가중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