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스타일도 판이…‘동네 아재’ 월즈 vs ‘개천 용’ 밴스 [美부통령 후보 토론]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왼쪽)과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 [A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1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러진 양당 부통령 후보의 TV 토론은 팽팽한 공방 속에서 각자 뚜렷한 개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다양한 감정을 얼굴에 솔직하게 드러내며 친근한 어휘와 구체적인 사례로 민주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정책을 방어했다. 반면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은 준비된 논리와 유창한 언변으로 상대당 대통령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을 공격하는 데 집중했다.

흙수저 출신인 이들은 백인 남성 정치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나 그동안 걸어온 인생 역정이나 정치적 성향이 판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네브래스카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채드런 네브래스카 주립대를 나온 월즈 후보는 고등학교 교사, 학교 미식축구 코치 등의 일을 하며 소박한 ‘동네 아재’로 살아왔다. 그는 2004년 대선 때 존 케리 민주당 후보의 선거운동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것을 계기로 정치에 입문했다.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왼쪽)가 1일(현지시간) 뉴욕 CBS방송센터에서 CBS가 주최한 부통령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월즈 후보는 이날도 평소의 연설 스타일과 비슷하게 흥분할 때마다 붉게 상기된 얼굴로 눈썹을 치켜올리거나 눈을 동그랗게 뜨고 두 손을 들어 올려 흔들며 열변을 토해내는 등 인간적인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밴스 후보가 말할 때는 발언 내용 중 지적하고 싶은 부분을 노트에 끊임없이 메모하며 부지런히 준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자신의 주장을 펼 때는 지역 기반인 미네소타의 여러 사례를 들거나 가급적 쉬운 언어를 써가며 유권자들의 감성에 호소했다.

그는 민주당의 기후변화 정책을 소개하면서 “우리 (미네소타의) 농부들은 기후 변화가 현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청정에너지를 생산하고 있으며 우리에게 해결책은 계속 전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낙태와 여성의 생식권 문제에 대해선 “미네소타에서 우리가 의료 서비스 부문 1위를 차지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며 “우리는 여성을 신뢰하고 의사를 신뢰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별로 자율적으로 낙태 문제를 결정하면 된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밴스 상원의원의 주장에 대해 “한 국가로서 우리가 어떻게, 자기 몸을 통제할 권리만큼 기본적인 권리와 생명이 달린 문제를 지역에 따라 달리 결정돼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총기 규제 문제에 대해서는 “나는 사냥을 하는 사람이고 총기를 소유하고 있으며 수정헌법 2조를 알고 있지만, 우리의 첫 번째 책임은 아이들을 위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가 1일(현지시간) 뉴욕 CBS방송센터에서 CBS가 주최한 부통령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

밴스 후보는 오하이오주 미들타운의 가난한 가정에 태어난 흙수저이지만, 불우한 환경을 딛고 예일대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 벤처캐피털리스트 등으로 성공한 뒤 젊은 나이에 정계에 진출해 승승장구한 엘리트다. 월즈 후보보다 스무살 어리다.

이날도 밴스 후보는 평소처럼 자신만만하고 여유 있는 모습으로 토론에 임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여러 설화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입장 변화 등 불리한 질문을 받았을 때도 별 동요 없이 차분한 어조로 능숙하게 회피하거나 방어했다.

밴스는 이날 토론을 시작하면서 진행자가 제시한 외교 관련 질문에 답하는 대신 ‘개천에서 용이 된’ 자신의 인생 역정을 먼저 소개했다.

그는 “내 꿈을 실현할 수 있게 해준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여러분의 부통령이 되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가 다시 백악관에 들어가게 된다면 아메리칸 드림은 다시 한번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여러분을 설득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화당에 다소 불리한 기후변화 대책에 관한 질문에 답하면서 “진짜 문제는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수억 달러 또는 수십억 달러의 미국 세금을 지출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해리스 부통령과 민주당의 기후 정책이 미국 경제를 망치고 있다고 화살을 돌렸다.

또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서 이민자들이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고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월즈가 비판하자 밴스는 “수백만 명의 불법 이민자가 들어와 부족한 주택을 놓고 미국인들과 경쟁하면서 주택 가격이 완전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며 “스프링필드에서 내가 가장 걱정하는 사람들은 카멀라 해리스에 의해 삶이 파괴된 미국 시민들”이라고 맞받아쳤다.

밴스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공화당 내 극우파의 주장과는 다소 차별화한 관점을 드러내 월즈 후보의 공감을 끌어내기도 했다.

특히 낙태 문제를 얘기하면서 그는 “무고한 생명을 보호하고 약자를 보호하기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공화당원으로서 우리 당이 미국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훨씬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우리가 진정한 의미에서 친가족적인 당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총기 문제와 관련해 월즈 후보가 공공시설에서 총격 사건을 목격한 자녀의 경험담을 전하자 밴스는 “안타까운 일이고 주님의 자비를 구한다”고 공감을 표시한 뒤 “끔찍한 총기 폭력 문제는 매우 심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법 집행 기관에 권한을 부여해 총기 범죄자를 거리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왼쪽)과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가 1일(현지시간) 뉴욕 CBS방송센터에서 CBS가 주최한 부통령 토론을 마친 후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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