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민생을 위한 금융감독

영국의 저명한 예술평론가 겸 사회운동가인 존 러스킨(John Ruskin, 1819~1900)은 “법을 몰랐더라도 법의 제재를 벗어날 수는 없다”며 위정자가 ‘국민의 고통을 몰랐다’는 변명은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백성의 마음(民心)이 하늘의 마음(天心)”이라는 말처럼 민생(民生)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민생과 관련된 범죄는 경제 및 금융 범죄가 가장 일반적이다. 불법 사금융, 채권추심, 불법 다단계, 유사 수신행위, 보이스피싱, 서민 상대 갈취, 불법 사행행위 등 형태도 다양하다.

정부는 서민 생활을 위협하는 범죄를 효율적으로 예방·단속하기 위해 유관기관 간의 협업을 강화하는 한편, 범죄 수익 환수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에도 힘을 기울여 왔다.

금융감독원은 2015년부터 특히 서민 등 취약계층에 피해가 큰 금융폐해 5가지 ①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②불법 사금융, ③불법 채권추심, ④꺾기 등 금융회사의 우월적 지위 남용행위, ⑤보험사기 등을 5대 금융악으로 규정해, 민생 보호와 금융 질서 수호를 위해 경찰청 등 관계 기관과 협력하여 ‘대포통장 근절 종합대책’과 ‘보험사기 근절대책’을 추진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범죄 수법은 더욱 교묘해지면서 민생 침해 불법 금융행위는 여전히 곳곳에 있다. 이를 방치한다면 국민들의 소중한 재산적 피해에만 그치지 않고 금융 거래에 대한 불신이 확산돼 더욱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 있어, 금융악 근절 노력은 지속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금융당국은 2016년에는 5대 금융악 외에도 유사수신, 유사대부, 불공정 거래행위 등을 추가적인 불법 금융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척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고, 2020년에는 금융, 통신, 수사의 협업을 통해 보이스피싱 범죄를 척결하기 위한 종합 방안을 마련했다. 지난해에는 불법 사금융 및 부당 채권추심 근절을 위해 지자체와 합동 점검을 실시하는 한편, 대부채권 매입추심회사 검사를 통해 불법 대부 광고를 정비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금년부터는 주요 불공정 거래 사건 등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자본시장특사경을 증원하고, 온라인 신종 불법 사금융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AI 기반의 불법 금융 광고 감시 시스템을 가동했다. 또 금융당국은 소상공인의 금리 부담의 경감하거나 개인사업자 대출상품 비교공시 서비스 도입 검토 등 민생금융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지속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최근 은행권에서도 2조원 규모의 민생 금융 지원 방안을 마련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최근 범죄는 인터넷과 첨단 통신 기술을 악용해 예측조차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고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범죄 단체의 조직화 및 국제화로 유관기관 나아가 국가간의 공조가 더욱 긴요해지는 등 피부에 와닿는 실질적인 대응이 녹록치 않다.

따라서 관계 당국과 금융업계는 국민들이 관심을 참여를 적극 유도할 수 있도록 재산권 보호 방안를 다각적으로 마련해 국민적 무관심이 정책 추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지속돼야 비로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안전한 금융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후록 법무법인 율촌 수석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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