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뜨거워진 날씨, 농업에는 재앙이 될 수 있다

이상기후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이 심상치 않다. 불규칙해진 기상 패턴이 생물 계절을 교란하여 농작물 생산에 큰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그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광범위한 피해는 온난화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

최근 벼멸구가 중남부 지역에 대발생하여 피해를 준 바 있다. 벼멸구는 매년 여름, 중국에서 기류를 타고 날아드는 해충이다. 주로 2세대만 증식하며, 비래시기에 맞춘 약제살포로 방제가 잘되었다. 그러나 올여름, 장기간 지속한 고온으로 한 세대를 더 번식하며 대발생으로 이어졌다. 특히, 벼 알이 본격적으로 채워지는 9월 등숙기와 겹쳐 피해가 컸다. 약 3만 4천ha에 발생했지만, 다행히 긴급방제로 추가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근래 농경지와 산림에 피해를 주고 있는 미국선녀벌레, 매미나방, 갈색날개매미충, 비래시기가 빨라지고 그 수도 증가하고 있는 열대거세미나방, 도심지까지 퍼지고 있는 미국흰불나방 등은 언제든지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최근까지도 지속해서 확산하고 있는 소나무재선충 피해도 매개곤충인 솔수염하늘소가 온난화로 인해 증식하며 활동 범위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중국에서 큰 피해를 끼친 사막메뚜기나 대나무메뚜기의 이동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과 동남아로부터 계속해서 날아드는 각종 검역 해충을 조기에 발견해서 방제하지 못할 경우, 농산물의 수출도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농촌진흥청과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중국에 인접한 서남해안 도서 지역과 농경지에 비래 해충 감시용 트랩을 설치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기존에는 관리가 가능했던 병이라 해도 기상 여건이 바뀌면 언제든 대발생할 수 있다. 올해 여름철 배추의 수급 불안도 생육 시기에 지속한 고온을 주된 요인으로 분석할 수 있다. 수분이 많은 채소인 배추가 고온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생육 부진과 겹쳐 무름병 등 병충해 발생이 늘었기 때문이다. 근래 전북 지역의 벼 도열병 대발생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병해충이 비정상적으로 대발생하거나 새로 유입하여 정착한 사례의 원인은 대부분 기후 온난화와 관련이 있고, 재해 수준의 피해 사례도 늘고 있다. 문제는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이상기상의 발생은 예측이 어렵고, 그 정도도 이전 기록을 뛰어넘는 극한값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병해충의 지역별 밀도 변화를 실시간 조사해 발병을 예측하고, 제때 방제하는 것이 중요해진 이유다.

농촌진흥청은 현재 ‘국가농작물 병해충 관리시스템(NCPMS)’을 통해 벼멸구와 이삭도열병, 나방류 등 총 22종의 병해충에 대한 발생주의보를 발령하고 있다. 빨리 해제되길 바라지만 여전히 한낮엔 무덥다. 추석 직후 태풍 ‘풀라산’의 영향으로 남부지역에 침수 피해가 발생한데다, 현재 제18호 태풍 ‘끄라톤’이 북상 중이라는 소식에 걱정이다. 이처럼 수확을 앞둔 농작물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가을 태풍 발생이 는 것도 해수면 온도가 높아진 탓이다.

기후 온난화는 앞으로도 비가역적으로 진행하여 농산물의 수급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의 식량안보를 위협하게 될 것이다. 온난화에 적응할 수 있는 품종과 재배 기술 개발, 정밀한 병해충 발생 예측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제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건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서효원 농촌진흥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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