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쓴 헤비메탈 여성밴드 VOB, 경기인디뮤직페스티벌 참가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오는 10월 12~13일 경기도 파주 평화누리에서 펼쳐지는 2024경기인디뮤직페스티벌에 히잡 쓴 인도네시아 헤비메탈 여성밴드 VOB(Voice of Baceprot :소음의 목소리)가 참가한다. 그 곳에서 불꽃처럼 강렬한 그들의 음악을 마주할 수 있다.

2024경기인디뮤직페스티벌에는 YB, 김수철, 노브레인, 쏜애플, 바이탈리즘, 소란, 크라잉 넛 등 내노라 하는 국내외 뮤지션들이 무대에 오른다. 이들 사이에 3인조 록밴드 VOB도 오는 13일 우리에게 처음 무대를 선보이며 그들만의 헤비메탈 음악을 보여줄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17,000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구 2억 8천만 명의 세계 최대 이슬람국가이다. 근본주의와는 거리가 있는 세속적 이슬람국가로 분류됨에도, 오래 동안 뒤섞인 관습과 문화, 역사, 종교는 인도네시아 곳곳에 차별, 편견이 존재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곳에, 세상에 맞서는 소녀들이 있다. 결혼을 통해 탈출하는 꿈밖에 꿀 수밖에 없는 여성들 틈바구니에서 이들을 대신해 당당히 몽상가가 되기로 결심한 3인조 록밴드 VOB(Voice Baceprot)가 그들이다.

음악하게 해달라고 신에게 외치고(God, allow me to play music), 우리 몸은 공공재가 아니라는 소망을 펼치며(Public property), 지구의 적은 바로 당신이라고 도발한다(The Enemy of Earth Is You).

피르다 마르샤 쿠르니아(보컬,기타)와 유이스 시티 아이샤(드럼)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다. 상습적인 반항으로 불려간 중학교 상담교사실에서, 상담교사가 듣던 헤비메탈에 귀를 열고, 그곳에서 만난 위디 라마와티이(베이스)와 뜻을 모아 밴드를 결성한다.

방과 후 값싼 기타와 엉성한 드럼으로 연주하던 이들의 안쓰러운 노력을 상담교사가 지지했고, 작은 무대를 돌며 실력을 쌓아가는 이들의 바이럴 영상이, 우연한 기회에 세계적인 뮤지션들(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레드 핫 칠리 페퍼스 등)의 눈에 띄고 세상의 관심을 끌면서 세 소녀의 당돌한 목소리는 차별과 편견의 벽을 뚫고 나온다.

그리고 올해 6월 영국의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콜드플레이, 두아 리파, SZA와 같은 무대에 서게 되어 지금까지의 여정에 정점을 찍는다.

VOB의 음악은 독특한 깜짝 이벤트가 아니다. 불안하고 걱정 많은 소녀들의 동정어린 호소나, 히잡쓰고 헤드뱅잉하는 여성들의 호기심 자극하는 소음이나, 사탄으로 낙인찍는 이슬람 보수주의에 대한 반감의 결과가 아니라, 열정과 실력으로 변화를 요구하는 통렬한 외침이고, 이들에 대한 응원은, 실력있는 뮤지션, 용기있는 여성들에 대한 세상의 양심적인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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