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4356주년 개천절 경축식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추경호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와 여당 소속 상임위원장 및 상임위 간사단을 초청해 만찬 회동을 가졌다. 오는 7일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격려하는 자리였지만 한동훈 대표의 독대 요청에 응답하지 않은 시점에 한 대표를 제외한 만찬이 성사된만큼 ‘한동훈 패싱’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는 상황이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 ▷의정갈등 등 현안에 있어 타협 여지는 없다는 대통령실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대표는 3일 개천절 경축식 후 기자들과 만나 전날 만찬에 대해 “예정된 만찬을 진행한 것”이라며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한 대표는 본인이 추 원내대표에게 ‘좋은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는 취지로 말한 것과 관련해 “우리는 모두 국록을 받으며 나라를 위해, 또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니 당연히 좋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런 의미”라고만 답했다.
한 대표는 지난달 24일 윤 대통령과 만찬 후 홍철호 정무수석에게 대통령과 독대를 다시 한 번 요청했지만 별다른 답을 받지 못한 상태다. 지도부 관계자는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본다”며 “현안에 있어 당정이 협력하는 모습이 아니라 기싸움을 하는 모습이 주로 비춰져 모두에게 마이너스가 된 것 같다”고 했다.
만찬에 참석한 복수 의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만찬에서 의료개혁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 브리핑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은 의료계, 의료집단을 대척점에 두고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의료 수요가 늘어날 것을 대비해서 공급이 멈춰 서면 의료시장 자체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에 의료개혁은 반드시, 흔들림 없이 추진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의료개혁 초반에는 여론이 좋았지만 지금은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큰 원인이 되지 않았느냐”며 “여당 의원들에게 의료개혁 본래 목적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듣는 자리였다. 하지만 2025년도 의대정원 같은 민감한 문제까지는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윤 대통령도) 여당 의원들이 의료개혁에 힘을 실어줬으면 싶지 않았겠냐”며 “누구 하나 문제를 제기하거나 하는 자리는 아니었고 정말 화기애애한 자리였다”고 전했다.
친한계는 불편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여야의정 협의체를 주도하는 한 대표가 모든 논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힌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여당 의원들을 불러 기존 의료개혁 방향을 고수하겠다는 취지 발언을 한 것은 사실상 대화를 거절한 것이라는 판단이다. 친한계 의원은 “물론 대통령이 한 대표를 일방적으로 패싱하거나 무시하지는 않겠지만 답답하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만찬 때 의료개혁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시다가 한 대표가 없으니 의료개혁을 유독 강조하신 것 아니냐”며 “한 대표와 각을 세우면 대통령실도 얻는 것이 없다”고 했다.
여야의정 협의체가 3주 넘게 출범도 못한 채 표류하는 상황도 친한계에는 부담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한 대표가 11월에 취임 100일을 맞으면 ‘그동안 한 게 없지 않냐’는 공격이 쏟아질 것”이라며 “당 장악력이 약한 것이 한 대표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부담”이라고 봤다.
한편 한 대표는 4일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재표결되는 것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통과시키고자 하는 특검법에 대해서는 부결시키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3일 개천절 경축식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와 관련한 문제들에 대해 여러 생각들이 있으실 것으로 알고 있고 당에서도 많은 생각이 있을 것이다. 국민들이 보시는 시각도 다양할 것”이라며 “다만 지금 민주당이 통과시키려고 하는 특검법은 민주당이 모든 것을 정하고 민주당 마음대로 하는 특검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원들에 대해서도, 그리고 당 의원들께도 설득을 드릴 생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