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런던에서 열린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 시상식 무대에서 젊은 예술가 상을 받은 이후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임윤찬 대 임윤찬’
피아니스트 임윤찬(20)이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 시상식인 영국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에서 2관왕에 올랐다.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그라모폰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인 음악가로는 네 번째다.
임윤찬은 2일(현지시간) 저녁 런던에서 열린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 시상식에서 ‘쇼팽: 에튀드’로 피아노 부문과 특별상인 ‘젊은 예술가’ 부문을 수상했다.
올해 피아노 부문의 최종 후보에서 임윤찬은 총 세 개 앨범 중 ‘쇼팽: 에튀드’와 ‘초절기교 연습곡’ 등이 올랐다. 그라모폰 시상식에서 피아니스트가 한 부문에 2개 음반을 동시에 최종 후보에 올린 것은 임윤찬이 처음이다.
애초 ‘임윤찬 대 임윤찬’의 대결 구도가 그려졌던 이 부문 시상식에서 ‘쇼팽: 에튀드’는 ‘초절기교 연습곡’을 단 한 표 차로 제치고 그라모폰 트로피를 가져갔다.
지난 4월 발매한 ‘쇼팽: 에튀드’는 쇼팽의 27개의 에튀드(연습곡) 중 24개를 연주한 앨범이다. 발매 직후 영국 스페셜리스트 클래식 주간 차트(4월 26일∼5월 2일)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라모폰은 앞서 이 앨범 리뷰에서 “임윤찬의 쇼팽은 유연하고 깃털처럼 가벼우며 유창하고 열정적”이라면서 “즐겁고 젊음의 활기로 가득하다”고 호평했다.
앞서 한국 음악가 중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1990년 실내악 부문과 1994년 협주곡 부문에서, 첼리스트 장한나가 2003년 협주곡 부문을 수상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런던에서 열린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 시상식 무대에서 '쇼팽: 에튀드'로 피아노 부문에서 상을 받고 있다. [연합] |
임윤찬은 이날 시상식에서 ‘젊은 예술가’ 상은 음악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청년 음악가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그라모폰 측은 “임윤찬은 경이로운 기술이 뒷받침되는 천부적 재능과 탐구적 음악가 정신을 지닌 피아니스트”라고 평했다. 앞서 1993년 한국계 미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장영주)이 12세 때 이 상을 받았다.
임윤찬도 이날 시상식에 참석했다. 시상식을 생중계한 현지 라디오에선 임윤찬을 ‘슈퍼스타’로 소개했다. 그는 이날 무대에서 리스트 페트라르카 소네트 104번을 연주했다.
시상식의 대상 격인 ‘올해의 음반상’은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의 ‘바이올린 소나타’ 앨범이 받았다. 힐러리 한은 기악 부문에서도 수상, 임윤찬과 함께 2관왕에 올랐다.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는 영국의 권위 있는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이 1977년부터 해마다 여는 세계적 권위의 시상식으로 ‘클래식 음반의 오스카’로 불린다. 실내악, 성악, 협주곡, 현대음악, 기악, 오페라, 오케스트라 등 부문으로 나눠 그해 최고로 꼽은 음반에 대해 시상한다.
그라모폰은 2021년 시상식부터 기악(독주) 부문과 피아노 부문을 나눠서 시상하고 있다. 피아노 부문이 분리된 뒤 한국 음악가가 그라모폰 상을 받은 것은 임윤찬이 처음이다. 기존 기악 부문 피아니스트 수상자로는 마우리치오 폴리니, 알프레드 브렌델, 머레이 페라이어, 우치다 미쓰코, 유자 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