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새 1만엔 지폐. [야후 재팬 갈무리]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일본에서 새 1만엔 지폐를 결혼식 축의금으로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
4일 테레아사, ANN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 7월 발행된 1만엔 짜리 신권의 얼굴인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과거 불륜 사실이 재조명되면서 이 지폐를 결혼 축의금 봉투에 넣으면 안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시부사와는 19세기 말 서구 문물을 받아들여 일본 경제의 기반을 닦은 인물로 '근대 일본 경제의 아버지'로 불리운다. 그는 현 미즈호그룹의 전신 '다이이치 국립은행'부터 기린맥주, 제국호텔, 도쿄해상화재보험 등 무려 500개 기업의 설립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 도쿄증권거래소의 창설에도 가담했고, 일본 최초의 은행인 제일국립은행 초대 총장을 지냈다.
그런데 시부사와는 본처와 불륜녀를 한 집에 들여 동거하며 외도를 저질렀다. 집안에서 일하던 여종에게도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가 외도를 상징하는 두 얼굴을 지닌 셈이다.
일본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시부사와는 불륜을 연상시킨다", "이 지폐를 신혼부부에게 주는 건 민폐", "결혼식 축의금에는 옛 지폐를 사용하는 것이 예절"이라는 등의 글이 퍼지고 있다.
실제 일본의 한 웨딩업체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약 30%의 응답자가 새 지폐를 축의금으로 사용하는 것은 예절 위반이라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이 커지자 시부사와의 고향인 후카야시의 코지마 스스무 시장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당혹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코지마 시장은 "시부사와는 '사람을 매료시키는 사람'으로, 여성 뿐 아니라 모든 이를 온 마음으로 받아들였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부사와는 남성 중심의 사회였던 근대 일본에서 일본여자대학 설립에 기여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일본 웨딩 업계에선 이런 사실을 지적하며 "관습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부사와는 일제 강점기 한반도에서 지내며 당시 경인철도합자회사, 경부철도주식회사 사장을 지내면서 경인선과 경부선 개발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 철도는 일본 제국의 군사 물류 철도로 활용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시부사와를 식민지 조선 경제 침탈의 주역 중 한 명으로 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