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는 급등, 정제마진은 반토막…정유사 하반기 ‘안갯속’ [비즈360]

중동의 무력 충돌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4일 오전 서울 도심의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중동 정세가 극단으로 치닫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이란 석유 시설 보복공격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원유 전량을 수입에 의존, 유가 변화에 민감한 국내 정유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국제유가가 널을 뛰면서 주요 정유사들의 하반기 성적표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6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4일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대비 3.61달러(5.15%) 오른 배럴당 73.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3거래일 연속 상승한 것으로 이번 주에만 8.9% 치솟았다. 12월 인도분 브렌트유 역시 3.72달러(5.03%) 오른 배럴당 77.62달러를 기록했다.

이 같은 유가 급등은 바이든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석유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을 지지하냐고 묻는 질문에 “그것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고 답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된 데 따른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최대 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유가가 WTI 기준 배럴당 145달러였다. 이란은 현재 전 세계 생산량의 3%에 달하는 하루 약 33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의 국경 근처 레바논 남부 키암 마을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

이 같은 긴장 속에 국내 주요 정유사들의 하반기 성적표도 안갯속이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단기적으로는 정제마진이 상승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수익성 악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에 따른 제품가격 상승으로 수출 경쟁력이 약화할 수도 있다. 정유사들이 “유가가 오른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일단 3분기까지 정유사들의 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한 상태다. 통상 3분기는 정유업계의 성수기로 꼽혔으나,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동반 하락하면서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어닝쇼크’가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이내 증권가 전망치를 종합한 결과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158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적자전환 한 것이다. 연간 영업이익 역시 32.15% 줄어든 1조2918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에쓰오일(S-Oil) 역시 적자전환이 예상된다. 3분기 영업손실 2666억원을 기록할 것이란 추정이다. 연간 영업이익 역시 58% 줄어든 568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안타증권은 SK이노베이션과 S-Oil의 2개사 합산 영업손실이 2835억원을 기록하며 1분기 합산(1148억원)에 비해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 역시 분위기는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8년 이란 페르시아만 북쪽 해안에 위치한 이란 석유화학 시설의 모습. [AP]

정유사의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은 1분기 배럴당 7.3달러를 기록한 이후 2분기 3.5달러, 3분기 3.6달러 수준으로 ‘반토막’ 난 상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7월의 경우 4.4달러, 8월 4.3달러를 기록했으나 9월에는 2.1달러로 낮아졌다. 지난 3일 역시 2.46달러에 머물렀다. 일반적으로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은 4.5달러다.

4분기의 경우 중동지역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제유가 흐름을 섣불리 예측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중국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꺼내들며 10월 하순 추가 통화·재정정책을 사용할 가능성이 제기, 산업가동률(산업용 디젤)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긍정적이다. 계절적 특성에 따라 난방유 수요가 높아지면서 정제마진이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이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향후 단기 국제유가는 이스라엘의 보복 수위에 달려있다”며 “에너지 시설 타격시 통제 가능한 수준에서 공급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나 극단적인 오버슈팅(overshooting, 일시적 폭등)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동 상황의 불확실한 만큼 유가 상승 흐름이 이어질지 등을 예측하긴 이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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