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작가님이 이혼전문 변호사여서 정보를 얻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작가님이 정보를 다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대본을 쓰니까 믿음이 있었다. 감독님과도 소통을 많이했다. 우리만 연습 잘하면 됐다."
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에서 로펌 '대정' 이혼팀의 독한 상사 차은경(장나라)과 만나 좌충우돌하며 로펌 생존기를 펼친 사회초년생 한유리를 그려내 공감을 이끌어낸 배우 남지현.
그는 '굿파트너'를 통해 배운 게 많은 듯 했다. 남지현은 "결혼이나 이혼이 나와 친숙하기에는 아직 어리지만, 작가가 '굿파트너'를 통해 하고싶은 것은 승소나 패소, 이혼이 됐냐가 아니라 당사자와 대리인들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어떤 생각과 고민을 하는지 얘기하고 싶었던 거다. 나도 와닿았다"고 말했다.
드라마가 명쾌한 해답을 내려주는 건 아니라도 큰 의미가 있었다고 했다. "이혼소송을 하면 판결은 나지만 찜찜하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상황과 판결이 몇 년 지나서 이해하는 것도 있다. 이 드라마의 이혼도 그런 과정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주제가 친숙하지 않은 저에게도 재밌다고 생각됐고, 배우는 게 많았다. 이야기가 따뜻해, 위로를 많이 받았다."
남지현과 인터뷰를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드라마와 자신이 맡은 캐릭터 분석을 참 잘한다. 드라마나 영화평론가를 겸업해도 될 것 같은 안목이다. 자신이 맡았던 한유리 변호사의 특성과 성장을 상세히 설명했다.
"한유리는 입사 수석의, 신념이 있는 변호사지만 사회초년생으로 시야가 좁아 미숙하다. 자신에게 상처가 있어 이혼팀만 가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혼팀으로 떨어졌다. 업무 자체가 자신의 아픔을 건드릴 수 있고 사수(차은경)도 엄청 힘들게 하는 사람이라 고민이 깊었다. 사수가 너무 까칠한 얼음장인데도 항상 맞는 말만 하더라. 말은 뾰족한데 핵심을 찔렀다. 나는 이혼사건을 다루기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은경 변호사가 자신의 이혼사건을 맡아달라고 한다. 그 후부터는 은경 변호사에 대한 반발심이 줄어들었다. 유리도 자신의 처지를 은경의 딸인 재희와 대화하면서 이해할 수 있었고 자기를 돌아볼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유리 자신도 아버지에 대한 짐을 덜어낸다. 그러면서 클라이언트의 지극히 개인사에 대해 정서적 지지와 감정적 공감을 보낼 수 있었다. 10회쯤 떡볶이 집에서 은경 변호사가 한변이 자신의 이혼소송건을 맡아줘서 고마워 라고 할때 실제로 울컥했다."
차은경은 후배에게 인색한 듯 하지만, 항상 관찰하고 정확하고 냉정한 평가와 조언을 해준다. 한변에게는 "한변은 뭘 위해 싸우는지, 뭐가 더 중요한지 알게 하는 기술, 그걸 가졌어"라고 말했다. 그 대사가 남지현에게도 강하게 꽂혔던 것 같다.
"이혼 사건을 마무리 시키고 차변과 한변 두 사람은 사회적 가면을 벗었다. 차변이 사수-부사수가 아니고, 우리 변호사로 만나자고 한 것 자체가 변호사가 아니라 인간 한유리를 본 것이다. 그 후부터는 차은경과 인간 한유리의 관계가 지속된다."
남지현은 차은경의 딸 재희(유나)를 만나 대화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재희가 엄마에게 속내를 말할만한데도 안한다. 성숙해서 슾픈 거다. 누구보다 재희 심정을 잘 이해하는 게 유리다. 서로에게 버팀목 같은 관계로 발전한다. 유리도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다. 재희 아픔이 뭔지 말안해도 안다. 재희도 한변에게 먼저 전화하고 찾는다. 유일하게 재희를 만날때 유리가 성숙한 모습이다. 먼저 아픔을 경험한 선배로서 재희에게 '아빠에게 벌을 주려고 안보려고 하면 안돼. 너도 그리울 거니까'와 같은 진심어린 조언을 해줄 수 있다." 남지현은 재희를 보면서 "재희는 너무 생각이 많다. 조금 이기적이어도 되는데. 그래서 더 슬펐다"고 했다.
남지현은 '굿파트너'는 연령별로 느끼는 게 많은 드라마라고 했다. "한유리 연령대는 사회초년생이니까 10년~20년이 지나 보면 새롭게 느껴질 것이라는 소감을 전해주는 지인들이 있었다. 엄마 친구들도 공감되는 이야기가 많다고 했다. 이혼소송중인 지인이 있는데, 그 분들도 소감을 전해주었다. 참으로 다양한 소감이 있는 드라마구나."
작가가 이혼전문 변호사여서 다양한 이혼소송 사례들이 등장했다. ATM기로 살아왔다는 오대규(정재성)와 가정부처럼 살았다는 박애연 등을 비롯한 황혼이혼 사례들도 현실적이고 구체적이었다.
"차은경은 이혼사건은 본인의 의사와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반면, 한유리는 현재의 상황이 안좋으니까 입장을 조금 더 생각해보자고 한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두 가지 입장이 부딪히는 게 재미있었다."
한변을 좋아하는 전은호 변호사(피오)와 러브라인으로 연결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둘은 상호작용을 많이 하고 관계가 긴밀하게 유지될 거다. 마지막에 은호랑 반지 나눠끼기는 결혼이 아니고, 유리가 두려워했던 것을 이겨내고 새로운 걸 시작했다는 증표"라고 설명했다.
남지현은 2004년 MBC ‘사랑한다 말해줘’를 통해 아역 데뷔한 21년차 배우다. 2009년 MBC ‘선덕여왕’, 2014년 ‘가족끼리 왜 이래’, 2017년 SBS ‘수상한 파트너’, 2018년 tvN ‘백일의 낭군님’, 2022년 tvN ‘작은 아씨들’, 2023년 ‘하이쿠키’ 등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어떤 인물이든 자신만의 색으로 물들이는 소화력과 탁월한 작품 선구안까지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30살이 됐다. 아직 만 29세지만. 20대는 작품들을 통해 과제처럼 뭔가 해내야 했다. 그런대로 잘 해온 것 같다. 30대에는 좀 더 자유로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