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들어 대통령실·기재부 출신 198명 공공·민간 요직으로 재취업

용산 대통령실 청사 [뉴시스]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대통령비서실, 기획재정부, 기재부 소관 기관 퇴직 공직자 중 취업 심사를 받은 이의 98%가 공공·민간 부문 핵심 요직으로 재취업한 것으로 밝혀졌다.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이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인 2022년 5월부터 2024년 8월까지 대통령비서실과 기재부와 국세청,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 한국은행, 한국투자공사, 한국조폐공사 등 소관기관에서 퇴직한 공직자 취업 심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취업 심사를 받은 퇴직공직자 183명 중 179명(98%)이 취업승인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일영 의원실 제공]

세부적으로 보면, 대통령비서실·기재부·국세청·통계청·한국투자공사·한국조폐공사 등 9개 기관 중 6개 기관이 100%의 취업심사 통과율을 보였고, 관세청·한국은행 93%, 조달청 83%순이었다. 취업승인을 받은 퇴직공직자 수는 국세청이 67명으로 가장 많았다. 2위는 대통령비서실(44명), 3위는 관세청(26명), 4위는 기재부(15명) 순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공공·민간 부문의 핵심 요직으로 재취업했다.

직군별로는 공공기관 및 유관단체로 재취업한 경우가 42명으로 가장 많았고, 금융업계 37명, 대기업 34명, 로펌·회계법인 등 전문법인 27명, 대학·중견기업 등 기타 민간업체 38명, 언론사 1명 등의 순이었다.

대통령비서실 출신 퇴직공직자 44명은 대기업으로 재취업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현대자동차 부사장, KT스카이라이프 사장, 쿠팡 이사 등 대기업으로 14명이 자리를 옮겼다.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기업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 출신 퇴직공직자들이 자리를 옮긴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는 약 13억원(근로소득과 퇴직소득 합계), 현대자동차 부사장은 평균 9억3600만원 등으로 초고액 연봉자에 속한다. SR부사장, 강원랜드 부사장, 공항철도 경영본부장 등 공공기관 및 유관단체로 11명, 농협은행 사외이사, 하나금융지주 사회가치위원회 위원 등 금융업계로 8명, 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율촌 등 법무법인으로 6명 등이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 퇴직공직자 15명이 가장 많이 자리를 옮긴 곳은 금융업계였다. 한국자금중개 대표, 국제금융센터 원장 등 금융권으로 5명이 재취업했고, 대부업체 임원으로 재취업한 고위공무원도 있었다. 또, 한국동서발전 상임감사 등 4명이 공공기관 및 유관단체로 재취업했고, 삼성전자 부사장,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외이사 등 대기업으로 4명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 삼성전자 부사장 평균 연봉 44억원이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퇴직공직자는 퇴직일로부터 3년 안에 재취업하는 경우 취업 심사를 받아야 한다. 재산 등록 의무자인 공무원(통상 4급 이상)과 공직유관단체 임원 등이며 경찰·소방·국세 공무원 등 특정 업무 담당 공무원은 5급(상당)~7급(상당)도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퇴직 전 5년간 소속했던 기관과 취업 심사 대상 기관의 업무간에 밀접한 관련이 없다고 확인하면 재취업이 가능하다. 관할 공직자윤리위로부터 취업 승인을 받을 경우에도 재취업 할 수 있다.

정일영 의원은 “윤석열 정부 퇴직공직자들의 재취업 승인율이 98%에 달하는 것을 보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가 형식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통령실 4급 상당 공무원이 올 5월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쿠팡의 이사직으로 재취업하는 등 정권과 정부 출신 공직자가 기업의 애로사항에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겠냐는 유착관계의 고리를 잘라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괜찮은 일자리가 없어 취업을 못하고 있는 청년 인구가 70만명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퇴직공직자들이 공직에서 일했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기관 또는 기업에 고액의 연봉을 받고 쉽게 들어갈 수 있다는 것에 청년들은 좌절감을 느낄 것”이라며 “이것이 윤석열 대통령이 말한 공정과 상식인지, 국정감사를 통해 철저하게 파헤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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