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 지난해 3월 전남 순천 A새마을금고의 보궐선거에서 90대 고령의 김 모(93) 이사장이 당선돼 화제가 됐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취임 6개월 만에 건강 문제를 이유로 스스로 물러났고, 이후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사람은 직전 A금고 이사장을 3차례 지냈던 강 모(73) 전임 이사장이었다. 이를 두고 첫 임기 후 2차례 연임만 가능한 연임 제한 규정을 피하기 위해 강 모 이사장이 고령의 김 모 이사장을 ‘대리인’으로 내세운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전국 새마을금고에는 이처럼 마지막 임기가 끝나기 전 사임한 후, 남은 기간 대리인을 당선시켰다가 중도 하차하게 만들어 4~5선, 6선까지도 연임을 이어가는 이사장들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새마을금고중앙회와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재임 중인 전국 새마을금고 이사장 1235명 중 2선(선거 횟수로 집계) 이상인 이사장은 656명으로, 전체의 53.1%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3선 이내인 경우는 590명(47.8%)이며, 나머지 66명(5.3%)은 4선 이상이다.
57명은 4선, 8명은 5선이었고, 6선도 1명 있었다.
새마을금고법에는 연임 제한만 있고, 중임에는 제한이 없다.
이 때문에 새마을금고 전산 관리가 시작된 2008년 이래 새마을금고의 이사장을 역임한 3232명의 중임률은 50.7%에 달한다.
이 가운데 2선은 949명, 3선은 619명이고, 4∼6선은 각각 72명, 8명, 1명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제공] |
‘양문석 편법 대출’을 실행한 금고인 대구 수성금고 박 모 이사장을 포함해 2008년부터 4∼5선 끝에 현재 재임 중인 경우도 많다.
김해 한 금고의 주 모 이사장, 울산 한 금고의 박 모 이사장, 서울 중랑구 한 금고의 이 모 이사장 등 4선 이상의 많은 이사장이 1∼2년 한 차례씩만 다른 이사장에게 잠시 자리를 내주고, 10여년간 이사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2003년 첫 취임한 목포의 한 금고 이사장의 경우 20년이 넘는 지금까지 재임 중이다.
특히 단임에 그친 전직 이사장은 1014명(31.4%)으로, 이중 재임 기간이 0∼2년인 이사장 432명(42.6%)은 다른 이사장의 연임 제한 회피를 돕기 위해 잠시 자리를 맡았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서울 영등포구의 한 금고는 남편이 3번째 이사장직 연임 중 사퇴하고, 부인이 잠시 이사장을 맡았다가 다시 사퇴한 후 남편이 재당선되는 상황이 벌어져 회원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정부는 이처럼 편법이 난무하자 지난해 4월 새마을금고법을 개정해 ‘이사장이 임기만료일 전 2년부터 임기만료일 사이에 퇴임한 경우 1회 재임한 것으로 간주하고, 임기 만료로 퇴임한 이사장이 2년 내 이사장으로 선임되는 경우에도 연임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하지만 이 또한 대리인을 내세우는 기간을 2년으로 늘렸을 뿐, 충분히 편법으로 재당선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제한 규정을 연임이 아닌 ‘중임’으로 강화하거나, 재직 기간을 최대 12년으로 아예 못 박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지난해 4월 새마을금고법을 개정하고 내년 3월 첫 이사장 동시선거를 준비하는 등 선거의 투명 관리 및 회원 권리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2년의 기간을 규정한 연임 제한 회피 방지안 또한 편법으로 회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그 이상으로 후보들의 권리를 제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위성곤 의원은 이에 “이 같은 새마을금고의 ‘‘‘사금고화’ 현상은 결국 불법 대출, 횡령, 갑질, 채용 비리, 성 비위 등 각종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새마을금고가 말로만 경영혁신을 외치며 정작 제 살 깎아내는 일은 하지 못하고 있는데, 행안부가 충분한 능력과 의지를 갖고 관리감독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한 “일가족이 이사장직을 번갈아 맡는 정황도 포착된 만큼, 중임 제한 규정을 신설하는 등 더 촘촘히 제도 개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