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갈치 아니라 金갈치…‘밥상물가 습격’에 아프리카産 온다

지난 2일 제주의 한 시장에서 판매 중인 갈치. 김희량 기자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은갈치가 아니라 금갈치네.”

수온 변화 등으로 어획량이 감소한 생물 갈치 가격이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생물 갈치(중 사이즈, 1㎏)의 가격은 1만6900원으로 1년 전 대비 약 32% 올랐다. 높아진 가격에 유통업계는 세네갈산 등 수입 물량을 확보에 나섰다. 여름 역대급 폭염으로 인한 배추, 무 등 농산물 가격에 이어 수산물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소비자의 장바구니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기부 변화로 인해 수온이 높아지면서 어획량이 변화한 영향이 크다. 최근 발간된 국립수산과학원의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6년(1968년~2023년) 간 한국 해역의 연평균 표층 수온은 약 1.44℃ 상승해 같은 기간 지구 해양 평균(0.70℃) 대비 약 2배 이상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동해의 수온 변화는 1.90℃로 서해 1.27℃, 남해 1.15℃ 중 가장 높았다.

고등어, 오징어, 갈치 등은 먹이 활동이나 산란 등을 이유로 이동하는 대표적인 회유성 어종이다. 한반도의 수온이 오르면서 기존 조업 구역에서 덜 잡히게 됐다. 오징어의 어획량도 크게 줄었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주간해어황정보에 따르면 9월 4주차 오징어채낚기어업 어선의 어획량은 25톤(척당 217.4㎏)으로 전년 대비 59.6% 가까이 감소했다.

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

갈치의 경우 고수온으로 제철인 7~9월 물동량이 줄어들었다. 한 대형마트 MD는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는 태풍 영향까지 더해지는 등 불규칙한 기상 상황으로 조업이 어려운 편”이라며 “11월부터는 국산 냉동가치에 비해 40% 가까이 저렴한 세네갈산 냉동갈치를 판매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수온에 기존 어획 생산성이 감소하자 폐업을 고심하는 어민들도 늘고 있다. 고등어 등을 판매하는 부산공동어시장의 누적 생선 판매량은 7일 기준 8만3033톤으로 전년 동기(9만9833톤) 대비 약 17% 감소했다. 이에 관련 판매 금액 또한 약 2181억원에서 1716억원으로 21% 쪼그라들었다.

대형기선저인망수협(저인망수협)이 최근 조사한 결과, 소속 어선 136척 중 절반 이상인 74척(54%)이 내년도 감척을 희망했다. 이들은 오징어, 갈치, 삼치, 조기 등 대중성 어종을 주로 잡는 60~140톤 규모의 어선들이다. 수온 변화 속 회유성 어종들의 출몰지는 달라졌지만 이들 어선은 70여 년 전에 설정된 구역에서만 조업할 수 있어 어획량 감소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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