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이 계속되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1년간 전쟁을 이어온 이스라엘이 이란을 주축으로 하는 중동의 반미국·반이스라엘 무장세력 ‘저항의 축’ 전체로 전선을 넓히고 있다.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이란과의 역내 패권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펼치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목표가 실현될 지는 미지수다.
이스라엘이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고 계속 무리수를 둔다면 가자 전쟁이 ‘5차 중동전쟁’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시작된 전쟁을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에도 가자 지구와 레바논 공습을 이어갔다.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북부 하마스 거점 지역 공습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7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 지역도 5차례 공습했다.
NYT는 “이스라엘이 친이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공습에 성공하고 있지만 명확한 출구 전략을 개발하지 못한다면, 가자 전쟁과 마찬가지로 장기전을 치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군사적 성과와 별개로 중동 지역 확전 우려가 오히려 이스라엘을 힘들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스라엘과 워싱턴 전문가들은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성공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세력과의 싸움에 어떤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지 불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지난달부터 이스라엘은 북부 지역 주민들을 본 거주지로 귀환하겠다며 헤즈볼라를 향한 공습을 이어왔다. WP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서만 7만명 이상의 주민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2006년 레바논 전쟁 휴전안을 담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이 채택됐음에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NYT는 “이스라엘 안보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가장 우려한다”며 “이스라엘 군이 소모전에 휘말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론 데이비드 밀러 카네기 국제평화기금의 선임 연구원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하마스와 헤즈볼라 두 세력 다 힘을 잃은 건 맞다”면서도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결정적인 해결책으로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보복 공격이 예고되면서 중동 지역 확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NYT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재보복을 위해 과거보다 더 강하고 공개적인 방식으로 이란을 직접 타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 표적이 될 수 있는 시설들로 석유 생산 시설, 군 기지, 핵 시설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란은 지난 1일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 약 200발을 쏜 후, 이는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 이란혁명수비대(IRGC) 작전부사령관 압바스 닐로푸샨의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외교적 해법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NYT는 이스라엘 과 헤즈볼라 간 임시 휴전을 추진했던 9명의 관리를 인용해 “임시 휴전을 향한 진전이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더 진행되었지만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수장 나스랄라를 죽이면서 갑자기 중단됐다”고 전했다. 미국과 프랑스는 지난달 16~17일 레바논에서 무전호출기(삐삐) 대량 폭발 사건 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갈등이 커지자 ‘3주 임시 휴전안’을 제안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