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가자 전쟁 발발 당시 이스라엘 남부 도시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공습이 계속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가자 지구 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됐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입장 차이가 커지면서 양측 모두 전쟁을 중단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시작된 가자 지구 전쟁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과 그로 인한 갈등으로 생긴 1차 중동 전쟁 이후 가장 긴 전쟁이라는 기록을 쓰게 됐다. 이스라엘인 1200명이 사망하고 250명이 납치된 하마스의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은 가자 지구에서만 4만1909명의 사망자와 9만 9303명의 부상자를 .
전쟁이 여러 이유로 계속되고 있지만 가장 큰 이유로 두 세력이 생각하는 ‘전쟁 승리’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전쟁 목표를 지나치게 높게 잡아 공습을 지속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두 가지 목표는 하마스를 파괴하고, 하마스가 납치한 이스라엘 인질 100여 명을 무사히 석방하는 것이다.
하지만 NYT는 “첫 번째 목표(하마스 와해)는 사실상 두 번째 목표(인질 석방)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하마스는 인질들과 함께 숨어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스라엘이 자국민을 해치지 않고 하마스를 없애는 건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생하자 한 남성이 팔레스타인 소녀를 구조하고 있다. [AFP] |
반면 하마스의 전쟁 목표는 정치적으로 생존해 가자지구 재건 주체로 나서는 것이다. 하마스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는 가자지구 지하에 건설된 400㎞ 넘는 방대한 터널에서 게릴라전을 이어가고 있다. NYT는 “이러한 전투 방식에 이스라엘이 치명적인 군사적 타격을 주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마스가 전쟁을 이어가는 이유는 살아남아서 세력을 유지한 뒤, 가자지구 재건의 주체로 나서 팔레스타인 국가의 정권을 쥐는 것이라고 NYT는 전망했다.
두 세력의 입장 차이가 굳건한 이유는 두 지도자의 영향이 크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신와르 모두 한치의 양보 없이 서로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NYT는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를 파괴하지 않고 전쟁을 끝낼 경우 연립정부를 파괴하겠다고 하는 극우 정치인들에게 휘둘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쟁 발발 1년인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내각 회의에서 “사악한 하마스 통치를 타도하고, 생존자와 사망자 등 모든 인질을 돌려받고, 가자지구의 위협을 막아내고, 남부와 북부 주민들을 안전하게 집으로 돌려보내는 목표를 달성하고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마스 역시 팔레스타인에 막대한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음에도 미국이 제안한 휴전안에 동의하지 않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NYT는 “가자 전쟁이 길어지고 중동 전쟁이 확산 기미가 보이면서 서로 대립하고 있다”며 “양측이 모두 극단적으로 발언하는 상황에서 언제, 어떻게 이 모든 상황이 종료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토마스 R. 니데스 전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은 “그 누구도 움직이려 하지 않기 때문에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무고한 인질들과 그의 가족들, 팔레스타인인들, 이스라엘 북부에서 추방된 이스라엘인들, 레바논인들 모두를 잃어버리고 있다. 매우 비극적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