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전국 40개 의과대학의 등록률이 3.4%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 1만9천374명 중 2학기 등록금을 납부한 인원은 653명에 그쳤다. 사진은 2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에서 한 시민이 의과대학 간판을 지나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김도윤 수습기자] “내년으로 폭탄을 던진 꼴입니다. 내년 수업 운영에 대한 계획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지역의 한 거점국립대 의대 소속 교수는 수업 거부 의대생들에 대해 ‘조건부’ 휴학 조치가 검토되고 있는 것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교육부는 수업을 거부중인 의대생들에 대해 ‘내년 3월 복귀’한다면, 휴학을 승인해 줄 수 있다는 절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교육부는 또 일부 의대 과정을 5년으로(기존 6년) 줄이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의대생들의 계속된 수업 거부로 정부가 결국 ‘2025학년도 복귀’를 조건으로 휴학 승인을 허용했지만, 대학들 사이에선 여전히 수업 운영 파행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 내년에 의대생들이 동시에 복귀하더라도 신입생과 함께 이들을 교육할 여력이 대학에 없다는 이야기다. 번대로 대학가에서는 의대생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한 조치가 ‘특혜’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의 ‘조건부’ 휴학 승인으로 집단 유급 사태를 막더라도, 내년 수업 운영 차질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게 대학들의 우려다. 정부는 동맹 휴학 승인은 불가능하지만, 2025학년도에 복귀할 것을 전제로 하며, 개인적 사유가 있는 휴학은 승인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들이 유급되지 않고 내년에 복귀하더라도, 수업을 거부해온 올해 기준 예과 1학년이 내년 입학할 신입생과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역의 한 의대 관계자는 “당장 내년에 수업 인원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단과대학 건물을 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대 교수 역시 “현실적으로 얼마 남지 않은 2학기에 복귀할 학생은 거의 없고 내년에 복귀할 텐데, 결국 모든 부담을 내년에 넘긴 꼴”이라고 말했다. 부산대 평의원회에선 최근 의대 교수가 참석한 회의에선 “내년 신입생 포함, 약 288명의 학생을 물리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대학들 중 처음으로 의대생 휴학계를 승인한 서울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의대 교육과정상 예과 1~2학년은 학기제, 본과 3학년부터는 학년제로 운영되는데 현재 1학기 휴학만 승인한 상태라 본과 재학생들의 수업 운영은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서울대 의대 관계자는 “학년제인 본과 3학년부터의 교육과정을 재편해야 하는데 현재 아무런 논의가 없다”며 “2학기에 복귀하더라도 또 2배로 많아진 1학년 수업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도 대책이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캠퍼스 [김도윤 수습기자] |
의대생 수업 거부가 이어지며 정부가 수차례 대책을 내놓으면서 대학가에선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휴학 승인과 함께 의사 수급 공백을 막기 위해 의대 교육과정을 6년에서 5년으로 검토한다고 밝혔는데, 의대생에 대한 ‘특혜’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서울대에서 만난 재학생들은 화학교육과 재학생 정모(24)씨는 “아무리 의료라는 부분이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지만 특수한 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수십년간 유지해온 과목들의 과정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생들 사이에선 의대생을 의료계에 포함된 별도 집단으로 보는 시선도 엿보였다. 경제학과 재학생 이모(20)씨는 “정부가 이익 집단에 굽히고 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