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 씨.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안효정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문다혜(41) 씨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음주운전을 해 택시기사가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적발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49%로, 면허 취소(0.08% 이상)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 만취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5일 문씨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하고 조만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8일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문씨는 지난 5일 오전 2시 51분께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앞 이태원역 삼거리에서 음주 상태로 운전대를 잡은 뒤 빨간불 신호에 우회전만 가능한 차로에서 좌측 깜빡이를 켠 채 녹사평역 방면으로 좌회전했다.

지난 5일 사고 당시 문다혜씨가 주행한 캐스퍼 차량의 모습 [채널A 방송 캡처]

이후 문씨 차량은 깜빡이를 켜지 않은 상태로 갑자기 오른쪽으로 차로를 바꿔, 약 오전 2시 51분께 옆 차선에 있던 검은색 택시 승용차와 부딪혔다. 택시 기사는 목 부근에 경상을 입었다고 한다. 당시 일대에서는 좌회전을 하려는 문씨의 차량으로 도로 일대가 혼잡해지기도 했으며, 골목길 한 술집 앞에서 서 있던 행인들과 부딪힐 뻔한 장면도 있었다.

경찰은 택시 기사의 신고로 현장에 출동, 음주 측정을 했고 이후 경찰과 함께 인접한 파출소까지 걸어서 임의동행했다. 사고 현장에서 음주 측정에 불응하는 등 이상 행동은 벌이지 않았지만, 임의동행 하는 중 자신의 팔짱을 낀 경찰관의 손을 뿌리치는 등의 행동이 폐쇄회로(CC)TV에 잡힌 바 있다.

문씨가 운전하던 차량은 2021년 문 전 대통령 임기 중 ‘광주형 일자리’ 홍보를 위해 인수한 현대차의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캐스퍼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해당 차량을 문씨에게 준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시작은 7시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고 전날인 4일 오후 6시 57분께 이태원의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된 고급 소고기 식당 인근에 자신의 차량을 주차한 뒤 최소 음식점 3곳을 들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씨가 동행한 남성과 함께 술집에서 쫓겨난 후 3차 술집으로 이동하고 있다. [독자 제공]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문씨는 5일 오전 0시 38분께 소주 한 병과 두부김치 등을 주문했다고 알려진 3차 술집에 들어가기 약 8분 전께인 0시 30분께 다른 술집에 갔다가 쫓겨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가게 주인은 “당시 동행하던 남성 한 명과 가게로 들어왔고, 완전 만취 상태”였다며 “만취 손님은 받지 않아 돌아가라고 했지만, 테이블을 쾅쾅 내리치며 항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행한 남성이 타일러서 가게를 나갔다”고 말했다.

문씨는 이후 새벽 2시 10분께 비틀대며 자신의 차 운전석에 홀로 탔다. 자신의 차량에 탑승하기 전 다른 차량을 자신의 차로 착각한 듯 여러 차례 문을 열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이 골목길에서 7시간 이상 불법 주차한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차에 동승한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딸의 음주운전 사고에 대해선 침묵을 지키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재임 중이던 2018년 “이제는 음주 운전을 실수로 인식하는 문화를 끝내야 한다”며 처벌 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