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립대에 소속 된 ‘비정년트랙(Non-Tenure Track·NTT) 교원’의 연 평균 임금이 ‘정년트랙 교원(Tenure Track·TT)’ 평균 연봉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비정년트랙 교원는 정년을 보장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전임 교수다. 대학의 수준을 평가하는 각종 지표에서 비정년트랙 교원은 정년이 보장된 교수와 같은 ‘전임교원’으로 묶이지만 이들 간의 임금 및 복지 등 처우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인 김영호(사진) 국회 교육위원장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사립대 152개교 중 107개교에 근무하는 ‘비정년트랙 교원’의 올해 기준 평균 연봉은 ‘정년트랙 교원’ 평균 연봉의 절반 수준이다. 정년트랙 교원의 연 평균 임금은 8397만원으로, 비정년트랙 교원 연 평균 임금인 4307만원보다 약 1.95배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비정년트랙 교원이 없는 대학은 18개교, 임금 관련 통계를 제출하지 않은 곳은 27개교다.
비정년트랙 교원은 시간강사, 겸임교수 등의 비전임교원과는 다른 신분이다. 우리나라 대학교수는 학교에 교원으로 소속되는 전임교원과 그렇지 않은 비전임교원으로 분류된다. 전임교원은 정년 보장(Tenure)을 받을 수 있는 정년트랙과 2~3년 주기로 재계약을 하는 비정년트랙으로 나뉜다.
2003년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제도가 연세대를 시작으로 도입된 이후로 이들의 임금 및 복지 등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은 교육계 내에서 꾸준히 거론돼 왔다. 정년트랙과 업무 영역에서는 큰 차이가 없음에도 임금이 낮을 뿐만 아니라 안식년과 각종 수당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비정년트랙 교원에게도 가족수당과 자녀학비보조수당 지급 등 처우 개선을 권고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교수 아닌 교수 신분으로 차별받고 있는 비정년트랙 교원들이 방치되는 것은 결국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져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인권위가 이미 비정년트랙 제도에 대해 차별 시정 권고를 내렸듯, 교육부도 이를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사립대들은 교육부 및 각 기관이 대학평가에 주요한 지표로 규정하고 있는 ‘전임교원 확보율’을 충족하기 위해 임금이 낮은 비정년트랙 교원 임용을 선호해왔다. 전임교원수 산정에는 정년트랙과 비정년트랙이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매년 공시하고 있는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를 산정할 때도 정년트랙과 비정년트랙을 나누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이 교육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학부 재학생 수를 기준으로 107개 사립대 소속 비정년트랙 교원의 1인당 학생 수는 평균 118.06명으로, 정년트랙 교원 34.99명에 비해 약 3.4배가량 많았다. 비정년트랙 교원이 담당하는 학생수가 정년트랙 교원보다 많은데 수령하는 임금은 오히려 더 낮은 상황인 것이다.
비정년트랙 교원의 처우에 대한 문제 제기가 거듭되자 사립대들은 일정한 조건을 갖출 경우 이들을 정년트랙 교원으로 전환하는 ‘트랙전환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시행은 미진한 상태다. 107개 사립대 중 최근 5년간 비정년트랙에서 정년트랙으로의 전환이 이뤄진 학교는 60개교이고, 평균 9명에 그쳤다. 47개교는 전환 사례가 전무하고, 이 중 일부 학교는 트랙전환제도 자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 위원장은 “사립대에서 트랙전환제도를 실질적으로 시행하거나, 교육부 법정 전임교원 수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근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