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란 야심찬 목표를 두고 한국거래소가 공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대해 외국인·기관 투자자의 평가는 냉정했다. 밸류업 지수 가동 첫 1주일 간 구성 종목 100개주(株)에 대해 1조7000억원이 넘게 순매도세를 보였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밸류업 지수가 공식적으로 산출되기 시작한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4일 종가까지 3거래일 간 외국인 투자자는 밸류업 지수를 구성하는 100개 종목에 대해 총 9151억원 규모의 순매도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관 투자자의 순매도액도 8262억원에 달했다. 불과 3일 만에 외국인·기관 투자자가 내다 판 밸류업 지수 편입 종목 규모는 총 1조7413억원에 달한다. 반대로 개인 투자자는 같은 기간 밸류업 지수 종목 주식 총 1조6012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밸류업 지수가 공식 출범했음에도 첫 인상에선 외국인·기관 등에겐 투자 유인으로 작용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밸류업 지수가 ‘큰손’에겐 국내 증시 투자에 나설 매력도를 높이기엔 역부족”이라고 꼬집었다.
외국인·기관 투자자들의 종목별 순매도액에서 눈 여겨 볼 지점은 밸류업 지수 내 시총 상위 종목들에 대한 순매도세가 강했다는 점이다.
기관 투자자의 경우 밸류업 지수 내 시총 톱10 중 순매도세를 기록한 종목은 1위 삼성전자(순매도액 3673억원), 2위 SK하이닉스(1052억원), 3위 현대차(233억원), 4위 셀트리온(234억원), 5위 기아(331억원), 6위 신한지주(206억원), 8위 고려아연(1242억원), 9위 삼성화재(77억원), 10위 한화에어로스페이스(285억원) 등 9개 종목에 달했다. 순매수세를 보인 종목은 7위 메리츠금융지주(25억원)가 유일했다.
외국인 투자자도 시총 톱10 종목 중 6개 종목이나 순매도세였다. 특히, 시총 1위 삼성전자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는 3거래일 만에 1조1232억원어치나 팔아치웠고, 2위 SK하이닉스(순매도액 11억원), 3위 현대차(478억원), 5위 기아(631억원), 7위 메리츠금융지주(12억원), 9위 삼성화재(111억원) 등에 대해서도 순매도세를 기록했다.
밸류업 지수의 첫 주 등락률은 -3.4% (1020.73→985.99포인트)에 그쳤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아직 밸류업 공시가 활발하지 않은 기업도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만큼 지수 운용 초기엔 종목 선정 조건 중 하나였던 ‘시장대표성(시총)’의 영향이 클 것”이라며 “코스피200 등 기존 시장 대표 지수와 차별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투심을 사로잡는 데 제약 조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고 짚었다. 실제로 9월 30일~10월 4일 코스피200 지수 등락률은 -3.44%로 밸류업 지수의 흐름과 거의 동일했다. 이어 “3분기 실적 시즌을 앞두고 지정학적 리스크와 환율 등 대내외적인 불확실성 탓에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기존 예상치 대비 영업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점은 분명 주가엔 부정적”이라고 짚었다.
증권업계에선 지수 편입 기대감이 높았던 종목들에 대한 투심이 선반영됐다는 점도 거래소가 기대한 밸류업발(發) 추가 상승 동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형주를 중심으로 그동안 발굴되지 못했던 종목들이 밸류업 지수에 추가될 경우 (개별 종목별로는)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지만, 시총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증시 전체 부양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