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임사고가 발생한 수도권의 한 제조업체 공장 내부에 있는 기계. [헤럴드DB]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지난 5년간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으로 인정받은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다수 발생한 사실이 확인됐다.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위험성평가 인정사업장에서 인증유효기간인 3년 내에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은 41곳으로 모두 40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쳤다.
[이용우 의원실 제공] |
위험성평가는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노-사가 스스로 발굴하여 재해예방대책을 세우는 제도로,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자기규율예방체제에서 있어 핵심적 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위험성평가 인정사업장’ 제도는 상시근로자 100인 이하 사업장에서 위험성평가를 실시하면 산안공단이 심사해 그 중 일부를 우수사업장으로 선정하고, 인정유효기간 3년간 안전보건감독 유예나 산재보험료 최대 20% 할인(50인 미만에 해당) 등 혜택을 준다. 하지만 올해 6월 23명이 사망한 아리셀도 올해 2월까지 인정사업장 인증을 받았던 사실이 확인되는 등 문제점이 지적된 상황이다.
인정사업장의 사고사망만인율(사고사망재해자/사업장종사자*1만)을 살펴본 결과, 이들 사업장의 만인율은 0.26~0.52 퍼밀리아드()로 같은 규모 사업장(100인 미만) 전체의 사망만인율 0.49~0.58보다는 낮았다. 하지만 22년에는 전체 100인 미만 사업장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만인율이 높았다. 심지어 나라 전체 만인율보다도 높아 제도의 효과가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이용우 의원실이 근로복지공단에 추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중대재해가 발생해 인정사업장 지정이 취소되더라도 산재보험료 할인금액에 대한 환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5년간 환수된 건은 1건에 불과했는데, 이는 중대재해 발생이 아닌 위험성평가를 거짓으로 실시했다는 이유로 인정이 취소된 경우고, 중대재해가 발생한 41개 위험성평가 인정사업장이 할인받은 산재보험료 1억2600만원은 전혀 환수하지 못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료 할인은 당해연도에 재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다음 해에 할인을 받는 구조라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예정된 할인이 취소될 뿐이고, 재해가 발생했다고 기존 할인 보험료까지 소급해 환수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보험료 할인이 우수한 위험성평가로 재해예방체계를 갖췄다고 보고 이뤄진 만큼, 재해발생은 우수한 위험성평가라는 요건이 상실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게다가 현행 제도대로라면, 근로자 23명이 사망한 아리셀 또한 21~23년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으로 인정돼 할인받은 산재보험료 580만원을 단 한푼도 환수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용우 의원은 “위험성평가 인정사업장이 되면 안전보건감독마저 유예받을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부실·거짓으로 위험성평가를 한 기업에 대한 산업안전감독 지도·감독의 입구가 사실상 막히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위험성평가가 사용자들이 서류작업만 갖춰 안전보건감독을 회피하고 보험료를 할인받는 제도로 형식화됐다”며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위험성 평가 부실화와 형식적인 인정사업장 심사를 막을 방안을 조속히 제출하는 한편, 고용부는 인정사업장 지원 관련 규정을 개정해 부당이득을 환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