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빈자리 꿰찬 회계법인…경영자문 힘 싣기 ‘희비’ [투자360]

[챗GPT를 사용해 제작]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기업 인수·합병(M&A)과 그룹사 사업재편 등 시장에서 거래 성사를 돕는 자문 파트너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이 과거보다 못한 위상을 보여주는 사이 회계법인이 수수료 경쟁력과 품질향상을 무기로 주요 파트너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및 회계업계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과 한영회계법인 등을 비롯한 국내 대표 회계법인의 2023년 회계연도 실적이 공개됐다. 회계법인 최초로 삼일회계법인이 1조를 상회하는 매출을 거둬들인 가운데 감사·세무·경영자문 중에서도 각 사별 경영자문 차이가 눈길을 끈다.

삼일회계법인은 2023년 회계연도(2023년 7월~2024년 6월) PWC(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컨설팅 포함 1조41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외형이 역성장하거나 제자리걸음한 여타 회계법인과는 차별화되는 성과다. 같은기간 한영회계법인은 전년대비 2.57% 감소한 매출 7828억원을 거둬들인 반면, 5월 결산법인 안진회계법인은 전년대비 0.52% 증가한 매출 6157억원에 그쳤다. 지난 3월 결산한 삼정회계법인은 8525억원으로 외형을 1.47% 불렸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이 받아든 성적표를 살펴보면 딜 거래자문 등을 포함한 경영자문 파트에 변화가 컸다. 회계·세무 매출이 안정세를 보였지만 거래자문 등 컨설팅 성과가 희비를 가른 셈이다. 이는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의 숫자에 변동이 거의 없고, 신(新)외부감사법 도입 안정화 이후 성장세가 둔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는 자문시장에 균열이 생기며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간 외국계 IB가 전담하다시피 했던 그룹사 사업재편 일감이 내재화되거나 흩뿌려졌다.

글로벌 컨설팅펌 등에서 경력을 쌓은 이들이 기업·산업 분야로 터전을 옮긴 이후 비싼 수수료를 감당할 유인이 낮아졌다는 진단이다. 또한 외국계 IB 네트워크가 경쟁력이 약해지며 대형 회계법인 이외에 로펌 등 회계·법률 자문시장 등에도 그룹사발(發) 거래자문 업무가 골고루 나눠지는 모습이 더이상 어색하지 않아졌다.

이에 더해 각사는 리더십을 재편하며 회계법인의 활동 무대를 넓히기 위한 작업을 일찌감치 마쳤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6월 M&A 거래자문을 담당하는 딜(거래)부문 대표를 변경하는 등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딜 부문 신임 대표를 맡게 된 민준선 부대표는 대기업집단 거래자문에 주력하며 금융과 구조조정, 소비재·유통, 국경간거래(크로스보더 딜)을 주로 담당했다.

이외에 올해 대표 직함을 단 김이동 삼정회계법인 딜부문 대표는 조 단위 M&A 거래에 자문사로 이름 올리며 성과를 입증해왔다. 양 강으로 꼽히는 삼일·삼정 회계법인은 민 대표, 김 대표 등 1970년대생을 선봉에 내세우며 거래자문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포부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공신력있는 글로벌 IB에 주관을 맡기더라도 거래성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기업들이 학습했다”며 “오히려 스킨십이 잦았던 회계법인의 도움을 받고자하는 분위기가 종종 감지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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