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스와나노아에 허리케인 헐린이 강타한 후 한 주민이 진흙으로 뒤덮인 집을 청소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최고 등급의 초강력 허리케인 밀턴이 플로리다 지역을 관통할 것으로 예보되면서 대규모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플로리다와 조지아 등 미 남동부에 4등급 허리케인 ‘헐린’이 강타한지 불과 열흘 만이다. 미국 대선이 한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허리케인 영향권에 속한 경합주들의 선거 준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7일(현지시간) CBS뉴스에 따르면 이날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허리케인 밀턴의 세력을 5단계 중 가장 강력한 ‘5등급’으로 격상했다.
밀턴은 현재 멕시코만 남서부를 향해 북상 중이며 9일 플로리다 반도를 관통한 뒤 같은 날 오후 동쪽 대서양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측됐다. 이 허리케인은 최대 풍속이 시속 285㎞에 달한다.
지난달 26일 최고 시속 225km의 4등급 허리케인 헐린이 플로리다,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노스캐롤라이나, 테네시, 버지니아 등 총 6개 주를 강타하면서 최소 200여명이 숨지고 수십조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헐린이 강타한 조지아주나 노스캐롤라이나주 등 경합주에서 투표용지와 투표기 등 주요 선거 장비에 큰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부재자 투표와 투표소의 상태 등을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선거관리위원회의 카렌 브린슨 벨 사무국장은 주 내 14개 카운티 선거 사무소를 임시 폐쇄했다고 이날 전했다. 벨 국장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주 비상관리국, 주 방위군, 우체국과 협력해 모든 유권자가 이달 11일 유권자 등록 마감일과 같은 달 29일 부재자 투표 요청 기한을 준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아에서 최악의 피해를 입은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리치몬드 카운티 선거관리위원회의 트래비스 도스 전무이사는 해당 카운티에 전력이 거의 공급되지 않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으며 대부분의 도로에 나무가 쓰러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15일까지 카운티의 사전 투표소 3곳이 안전상태 점검 중”이라며 “가장 시급한 것은 유권자 등록과 부재자 투표를 제 때에 처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지아주 국무장관실은 대선 일정에 변수가 발생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부재자 투표 용지를 일부 지역에 제 시간에 전달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브리엘 스털링 조지아주 선거관리위원장은 “현재 가장 큰 관심사는 선거 시설에 대한 전력, 인터넷 연결, 도로 접근성을 회복해 유권자 등록 변경 및 부재자 투표 요청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은 헐린으로 손상된 노스캐롤라이나의 도로 보수 등 교통 부문에 쓸 긴급 재해 복구 자금으로 1억달러(약 1348억원)를 지원해 달라는 주 정부의 요청을 승인했다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5일 밝혔다.
그러나 잇단 허리케인과 더불어 최근 미 전역에서 산불 등 재해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관리 인력과 자금에 한계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연방 재난관리청(FEMA)은 7일 브리핑에서 현재 허리케인 등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은 FEMA 직원의 9%(1217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FEMA는 허리케인 헐린을 넘어 버몬트주의 홍수와 산사태, 캔자스주의 토네이도, 뉴욕과 조지아주의 열대성 폭풍 데비의 여파, 애리조나주의 워치 파이어에도 동시다발적으로 대응하고 있기에 이 같은 인력난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